생활의 안정감을 주는 청년 주거 공동체 - 민달팽이 유니온

주거협동조합

생활의 안정감을 주는 청년 주거 공동체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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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등 뒤에 자기 집 한 채씩은 가진 부르주아(?)의 대명사다. 그러나 민달팽이는 집이 없다. 우리 사회의 민달팽이들이라면 대학생,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 등이다. 이들에게도 집은 없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그런 이들에게 창이 있는 따듯한 방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와 같은 존재다.

“제가 대학 입학하고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신촌 지역에서 방을 구했어요. 제가 가진 보증금은 500만원, 월 임대료는 40만원을 넘지 않았어야 했죠. 신촌에 있는 모든 부동산을 돌아다닌 것 같아요.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을 제게 했어요. ‘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없다.’ 너무 아픈 말을 참 쉽게 하시더라고요.”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소라, 임경리 팀장.
서대문구에 있는 민달팽이 2호 건물 외관.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소라, 임경리 팀장. 서대문구에 있는 민달팽이 2호 건물 외관.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27) 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방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은 이 사회에서 거절되고, 자격이 부족하고 열등한 사람임을 선고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수천 만원의 방 보증금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부모는 졸지에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절감하며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모두 열심히 살아온 착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주거 안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 아니던가. 민달팽이 유니온은 이런 고민들을 가진 젊은 청년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선거 때마다 공공임대주택 50만 호, 100만 호 공급이라는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오가죠. 하지만 현실은요? 작년에 서울 광진구에 7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기숙사 건립이 집값이 떨어진다며 지역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국가가 실현해줘야 할 정책이지만 그에만 의존해 기다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임대주택협동조합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요. 국가와 민간 시장 중간 지대에서 비영리로 주택 문제를 해결해볼 순 없을까 하는 데서 시작했어요.”

임경지 팀장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8천200만원의 출자금을 시작으로 서대문구에 주택 2세대를 임대한 민달팽이 1호와 1인 가구 4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유주택 2채, 신혼부부, 비혼 커플 2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복층형 주택 2채를 마련했다.

임대, 주거 안정 이루는 사다리
자리를 함께한 민달팽이 유니온 임소라(31) 주거 팀장은 임대주택에 거주한다고 하면, 저축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인 편견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빈손으로 출발선에 선 청년들에게 저축할 시간과 스스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기간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임대주택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 선을 그었다.

“임대주택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여럿이 쓰던 방에서 혼자 쓰는 방으로 스스로 올라가게 하는 사다리예요. 사다리 역할,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봐요. 민달팽이 2호에 입주한 청년들이 가장 좋아했던 게 뭔 줄 아세요? 햇빛이 드는 창, 번호 키, 자동 현관, 수압이 좋은 물, 잘 내려가는 하수구 같은 거였어요. 이런 청년들에게 게으르다, 혹은 눈이 높다고 말할 수 있나요?”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청년들이라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임 팀장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다면 “안 싸워? 싫지? 불편하지?”와 같은 부정적인 물음이 앞선다고 했다. 단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매우 과장됐다고 임 팀장은 말했다. 두려움이 앞서 많은 장점보다 적은 단점만을 말한다면서 말이다. 청년 주거 공동체 민달팽이만의 가장 큰 자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조합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안정감”이라고 답했다. 집에 누가 있다는 안정감, 조합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안정감 등등. 이 안정감은 청년에게 큰 원동력이 된다. 조합에 6구좌(1구좌 당 5만원) 이상 출자하면 우선 입주권이 주어진다.

소행주와 지역 주민들이 만든 1인 셰어하우스 함께 주택
‘함께 주택’은 1인 독립 생활자를 위한 임대 셰어하우스이다. 소행주와 성미산 마을 생협 커뮤니티, 주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든 주택협동조합의 작품. 조합이 땅값과 공사비 등 종잣돈을 만들고, 부족한 돈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인 ‘소셜 하우징’을 통해 대출받았다. 소유와 임대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매달 받는 월세로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는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함께 주택 1호에는 10명의 싱글들이 살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3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낸다. 각자 개인 방을 소유할 수 있고, 부엌과 욕실 등을 함께 사용한다. 집을 소유하는 여러 번거로운 과정과 “그 돈으론 불가능하다”라는 편견으로부터 승리한 첫 번째 집이다.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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