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 만난 스위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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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게 덤비는 맹추위가 누그러든 어느 날, 스위스 출신의 롤란드 히니 셰프와 와인 전문가 김영심 부부의 반나절을 훔쳤다. 알프스 산맥 중심부에 위치해 신선한 식재료가 많다고 알려진 스위스 요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부부가 소개하는 스위스 가정식과 특별한 날을 위한 요리.

서촌에서 만난 스위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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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지역 알프스 산맥에서 자란 젖소에서 짜낸 우유는 신선한 맛으로 유명하다. 이 우유가 풍부한 덕분에 스위스는 최초로 밀크 초콜릿을 개발해냈고, 우유로 만든 치즈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추운 날씨 때문에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퐁뒤 요리도 생겼다. 국토의 60% 이상이 산악 지대로 이뤄져 산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도 풍부하다. 건강식으로 유명한 뮤즐리도 스위스에서 시작됐는데, 통귀리와 각종 곡류, 견과류, 생과일과 말린 과일 등을 혼합해 만든 이 시리얼은 의사가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스위스를 기원으로 하는 다양한 음식은 모두 건강하고 몸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스위스 가정의 식탁에 올라오는 요리도 그럴까? 해답을 얻기 위해 유러피언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의 스위스 출신 오너 셰프 롤란드 히니를 만났다.

스위스 셰프 남편과 와인 전문가 아내
서울 서촌에 위치한 유러피언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은 한옥을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로 재해석한 듯한 외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신라호텔, 리츠칼튼서울 등 특급 호텔에서 총주방장을 지낸 롤란드 히니 셰프가 와인 전문가 아내 김영심씨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프랑스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은 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최대한 끌어내는 수비드 공법으로 유명하다. 이는 고기의 육즙과 식감을 최상으로 유지시키는 저온 진공 조리 방식으로, 대표 메뉴인 송아지 정강이찜에서 그 맛이 제대로 드러난다. 레스토랑에서 함께 소개하는 와인과 음식의 훌륭한 조화도 특징. 10년 이상 와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김영심씨와 롤란드 히니 셰프의 완벽한 조합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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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로 만났어요. 리츠칼튼서울에서 남편의 비서로 일했는데 굉장히 엄해서 말도 못 붙였죠. 그러다가 퇴사 후 와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남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와인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가까워졌고요.”

남편 롤란드 히니 셰프와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는 김영심씨. 당시 호텔에서 와인 관련 행사를 기획하거나 해외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현지의 음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남편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 뒤 2000년, 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됐고 함께 가스트로 통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김영심씨는 와인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음식과 잘 어울리는 리스트를 엄선해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면서 아내로서, 오너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중이다.

전 세계를 다니는 게 꿈이었던 롤란드 히니 셰프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셰프가 됐다. 고향인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80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과 인연이 시작됐다. 김영심씨와 결혼을 하며 한국에 정착한 지는 어느 덧 35년째. 고향은 스위스지만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위스 가정의 식탁 풍경
“스위스 사람들은 식사를 간단하게 하는 편이에요. 아침에는 치즈와 함께 뮤즐리와 요거트를 먹고, 점심에는 감자샐러드 혹은 스위스의 대표적 가정식 감자 요리인 뢰스티를 즐기죠. 저녁에도 거하지 않게 절제해서 먹어요. 뮤즐리와 함께 산에서 직접 딴 허브로 우려낸 차를 마신답니다.”

서촌에서 만난 스위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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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식문화에 대해 “간단하게 즐기는 건강식”이라고 설명하는 롤란드 히니 셰프. 그는 뢰스티는 스위스식 감자전에 달걀프라이나 소시지, 햄, 닭다리 등을 취향에 따라 곁들이기도 하며, 그릴에 녹여 먹는 라클렛치즈도 스위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우리 오늘 라클렛 파티할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는 치즈 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특히 감자 위에 갓 녹여낸 라클렛치즈를 얹어 먹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과 풍미가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라고.

이쯤 되니 스위스 음식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져 요리를 청했다. 롤란드 히니 셰프는 대표적인 가정식 뢰스티, 라클렛치즈 요리와 함께 보다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베르네제 플래터, 크노플리 파스타를 곁들인 이베리코 돼지목살찜 레시피를 공개했다. 스위스 음식에 관한 그의 설명이 맞다면, 한 입 먹는 순간 황홀한 맛에 취해 귓가에 요들송이 울려 퍼질지도 모르겠다.

서촌에서 만난 스위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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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식 감자전 뢰스티

재료
감자 1개, 슬라이스 토마토 1장, 소시지 2개, 그린빈스 3개, 올리브유·카놀라유 적당량, 생바질 잎·버터·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슬라이스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그릇에 담아 8시간 정도 반건조시킨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삶다가 속이 약간 단단한 정도가 되면 건져 강판에 굵게 간다. 3 달군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②의 감자를 넣어 뭉치지 않게 볶으면서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만든다. 4 ③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버터를 녹여 감자가 노릇해질 때까지 앞뒤로 굽는다. 5 달군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소시지를 올린 뒤 중간 불에 6분 정도 굴려가며 굽는다. 6 그린빈스는 끓는 물에 데친 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살짝 볶는다. 7 접시에 ④의 감자를 담고 그 위에 ①의 슬라이스 토마토를 올린 뒤 ⑤의 소시지, ⑥의 그린빈스, 생 바질 잎을 곁들인다.

Tip 감자는 수분이 많으므로 껍질을 벗겨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켜 사용하면 좋다. 취향에 따라 소시지 대신 달걀프라이나 햄, 닭다리 등을 곁들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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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파스타 크노플리를 곁들인
이베리코 돼지 목살찜

재료
이베리코 돼지 목살 160g, 돼지족 5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코냑 적당량, 생크림 300ml, 잘게 썬 훈제 베이컨·칵테일 어니언(통조림) 20g씩, 돼지고기 절임 재료(레드와인 500ml, 으깬 주니퍼베리 열매 1개 분량, 다진 당근·양파·셀러리 30g씩), 크노플리 파스타(밀가루 중력분 500g, 달걀 4개, 우유 2컵, 넛맥 2작은술, 버터·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이베리코 돼지 목살과 돼지 족을 돼지고기 절임 재료에 넣고 이틀 동안 재운다. 2 ①의 돼지 족을 꺼내 끓는 물에 삶았다가 건져내 뼈와 살을 분리하고, ①의 이베리코 돼지 목살은 한입 크기로 깍둑썬다. 3 ②의 돼지고기에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 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넣고 볶은 다음 ①의 남은 절임용 재료를 넣어 볶는다. 4 ③을 뚜껑을 덮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 1시간 30분간 굽는다. 5 ④의 돼지고기를 꺼내고 팬에 남은 소스는 센 불에 올려 조린 다음 분량의 생크림과 코냑을 넣는다. 6 볼에 버터를 제외한 크노플리 파스타 재료를 넣고 섞어 반죽을 만든다. 7 ⑥의 반죽을 강판에 굵게 갈아 끓는 물에 넣고 삶다가 반죽이 익으면 찬물에 헹군다. 8 달군 팬에 버터를 두르고 ⑦의 크노플리 파스타를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9 접시에 ⑤의 돼지고기를 담고 ⑤의 소스를 부은 뒤 잘게 썬 훈제 베이컨, 칵테일 어니언을 올린 다음 ⑧의 크노플리 파스타를 곁들인다.

Tip 이베리코는 스페인에 있는 이베리아 반도를 뜻하는 말로,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에서 도토리만을 먹고 자라 고소하고 육질이 훌륭해 최상급 고기로 분류된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렵다면 품질 좋은 돼지고기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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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전통 요리 라클렛

재료
라클렛치즈 50g, 알감자 1개, 칵테일 어니언(통조림)·오이 피클·무 피클 3조각씩

만들기
1 달군 팬에 라클렛치즈를 올려 약한 불에 녹을 때까지 데운다. 2 알감자는 껍질을 벗긴 뒤 끓는 물에 삶는다. 3 접시에 ②의 알감자와 칵테일 어니언, 오이 피클, 무 피클을 담고 ①의 녹인 라클렛치즈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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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훈제 고기 베르네제 플래터

재료
쇠고기 100g, 쇠고기 삶기용 재료(물 100ml, 양파·당근 1/5개씩, 대파 1/3대, 마늘 1톨, 부케가르니 적당량), 돼지 뒷다리 햄·돼지 등심·삼겹살 100g씩, 훈연 칩 1개, 고기 절임 재료(물 400ml, 천일염 35g, 흑설탕 20g, 절임용 핑크 솔트 2g), 양배추 절임 재료(양배추 100g, 화이트와인 50ml, 탄산수 100ml, 으깬 주니퍼베리 열매 2개 분량, 양파·월계수 잎·정향·파인애플 퓨레 약간씩), 감자·당근 1/3개씩, 그린빈스·다진 감자·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고기 절임 재료에 돼지 뒷다리 햄, 돼지 등심, 삼겹살을 넣고 나흘 동안 재운다. 2 냄비에 쇠고기와 분량의 쇠고기 삶기용 재료를 넣고 삶는다. 3 ①의 고기와 햄을 건져낸 뒤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4 오븐에 훈연 칩을 넣고 ③의 고기와 햄을 90℃로 예열한 오븐에 고기 내부 온도가 71℃가 될 때까지 3시간 정도 훈제한다(오븐의 최저 온도가 150℃일 경우 1시간 30분 정도 훈제한다). 5 냄비에 분량의 양배추 절임 재료를 넣고 30분 동안 약한 불에 끓인다. 6 ⑤에 다진 감자를 넣고 약한 불에 10분 동안 조린 뒤 양파는 건져내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7 감자와 당근은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삶은 다음 타원형 모양을 살려 깎는다. 8 그린빈스는 끓는 물에 데친 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살짝 볶는다. 9 접시에 ②의 삶은 쇠고기, ④의 훈제 고기와 햄을 썰어 담고 ⑥의 절임 양배추와 ⑦의 감자와 당근 ⑧의 그린빈스를 올린다.

Tip 미트 온도계를 이용하면 덩어리째 요리하는 고기 내부의 온도를 편리하게 잴 수 있는데, 이 기구가 없을 때는 레시피에 나온 시간대로 맞추면 비슷한 온도가 나온다.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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