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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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0대 주부. 자녀들도 장성하고 삶의 여유가 생길 무렵, 이제 내 생활을 즐길 때쯤 생각지도 못한 시집살이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떨어져 살던 시부모가 홀로 되거나 아니면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살림을 합친다. 자식 된 도리로 노쇠한 부모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지만 평생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뒤늦게 겪어야 하는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 해법을 찾아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Case 1 “아빠 귀가 단속, 시달리는 건 엄마와 나”
1년 전부터 여든이 되신 할머니와 저희 가족이 한 집에 살게 됐어요. 처음에는 할머니가 적적하지 않으실까 애교도 부리고 간식도 사드리면서 신경을 썼죠. 그러나 함께 산 1년간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일단 아빠가 직업 특성상 술자리가 많고 또 음주도 즐깁니다. 할머니가 그걸 극도로 싫어하셔서 밤 10시부터 20, 30분 간격으로 저보고 전화해보라고 화내시고, 엄마 자는 방에 들어가 깨우면서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아빠가 들어오는 시간까지 저희는 할머니한테 시달려요. 아빠한테 중재를 원해도 아빠는 그저 할머니가 나이가 드셔서 그런 거니 이해하라고만 합니다. 전 시집도 가기 전에 리얼 고부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Case 2 “시아버님을 모시고 집안일이 두 배”
직장에 다니는 50대 주부입니다. 홀로된 78세의 시아버지를 모시게 됐어요. 제 일은 두 배가 됐고 체력적으로 무척 힘듭니다. 아버님은 집안일을 한 번도 해보신 분이 아니라서 제가 올 때까지 저녁을 안 드시고 기다리십니다. 퇴근 뒤 가방만 내려놓은 채 주방으로 달려가야 해요. 원래는 저녁 같은 경우는 아이들도 다 커서 간단히 먹거나 서로 알아서 해결했는데 이제는 밑반찬부터 국까지 다 준비해야 합니다. 딸아이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대학을 타지로 다니는 터라 귀가가 좀 늦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칭찬을 해주시는 것도 아니에요. 친척들이나 친구 분들이 오시면 반찬이 맛이 없다거나 집안일을 못한다고 흉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합니다. 남편에게 불만을 털어놓으면 불쾌해하기만 합니다.

Case 3 “잔소리꾼 95세 시어머니”
95세 시어머니를 모신 지 2년째입니다. 무엇보다 잔소리가 말도 못하게 심하세요. 심지어 남편이 밥상을 옮겨주는 것을 보고 “그걸 왜 남편을 시키냐”라고 할 정도입니다. 95세 어르신에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다행히 어머님이 그러실 때마다 미안해진 남편이 제 편을 들어주기에 요양원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하네요. 자유롭게 살다가 이게 웬 시집살이인지 모르겠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갱년기 시집살이

고부 갈등을 넘은 세대 갈등
요즘은 시집살이라는 말보다 ‘며느리살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그만큼 같이 사는 것을 번거롭게 느껴 시부모들도 경제적 여유가 허락된다면 90% 이상 따로 살겠다는 것이 요즘 문화다. 그러니 위 사례의 경우는 고부 갈등이라고만 할 수 없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노인과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신(新)중년들의 세대 갈등으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고 젊은 세대들의 결혼이 늦다 보니 50대는 여전히 중년이다. 과거라면 벌써 시어머니 자리에 앉아 보살핌을 받아야 할 세대다. 여성은 45세부터 55세에 심리적·신체적으로 불안한 상태인 갱년기가 찾아오니 원래 나이로 따져보면 며느리나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기 시작하는 때가 맞는 것이다. 참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님을 아는 ‘나이 든 며느리’에게 그동안 따로 살던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건 매우 가혹한 일인지도 모른다. 위의 3가지 사례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서로 다른 두 세대가 함께 살아야 할 경우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 어느덧 시부모의 입장이 된 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에게 ‘행복한 동거’를 위해 필요한 서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봤다.

남편의 마음가짐 무엇보다 고부 사이에 낀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시부모와 남편, 아내가 한 지붕 아래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사는 것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행복이다. 그러나 가족관계에 작은 틈이 생기면 유리창처럼 와장창 금이 간다. 고부 관계는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그러니 남편은 아내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다. ‘벼락과 천둥이 치고 폭풍이 불어도 내 남편은 나를 사랑해’, 이런 긍지가 있는 아내는 기꺼이 시어머니를 모신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남편의 사랑이 없다면 아내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시부모를 모실 이유가 없다.

만약 시부모를 모시게 된다면 아내와의 충분한 사랑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 “나는 당신밖에 없어. 그동안 일밖에 모르고 당신에게 무관심했던 것, 상처준 것 미안해. 여행 한 번, 선물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미안해” 등의 표현으로 그동안 아내가 받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철저한 가사 분담 계획이다. 생존 전략처럼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특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갱년기 여성에게 가사 분담은 필수다. 아내가 ‘어머님을 모셨기 때문에 남편이 부드럽게 달라지는구나’라고 일의 원인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또 우리나라 아들들은 요양원에 대해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마치 부모를 제 손으로 거두지 못하면 패륜으로 모는 분위기도 이젠 없어져야 한다. 경제적으로 허락한다면 가족이 서로 상처받으며 돌보는 것보다 전문 간병사가 있는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때로는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이라는 걸 수용할 때도 됐다.

시부모의 마음가짐 며느리를 내 딸의 입장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힘들게 일하고 온 딸이 차려준 밥상, 마냥 즐길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이 아릴 정도로 안쓰럽지 않을까? 인간관계란 한쪽이 달라진다고 해서 바뀔 수는 없다. 며느리 교육이 필요하다면 시어머니 교육도 필요하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포기하기보다는 시대가 변했고 기본적인 상식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Not between but Beside’. 시어머니의 기본 마음가짐이다. 부부 사이에 있지 말고 옆으로 비켜줘야 한다.
“네 남편, 밥 잘 먹이고 있냐?”라고 물어보는데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 굶어 죽이건 말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며느리를 내가 번잡스러운 일을 기꺼이 바통 터치해준 귀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 손자 교육에도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역할은 그저 아이를 예뻐하는 것뿐이다.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과거 당신의 시어머니가 호령하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야 한다.

며느리의 마음가짐 학교 1년 선배도 깍듯이 모신다. 하물며 20, 30년 차이가 나는 시부모님은 인생의 대선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남편이 당신 옆에 존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해줬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이해를 강요하지 말자. 사랑의 기쁨이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스스로 느끼는 기쁨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생의 빨간불은 두 번 켜진다. 사춘기와 갱년기다. 지금 당신에게 켜진 빨간불을 잘 극복해야 앞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안으로 참는 것이다. 참을수록 병이 된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는 법,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키며 현명하게 싸우는 법을 익혀야 한다.

■글 / 이유진 기자 ■일러스트 / 박채빈 ■도움말 / 두상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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