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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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모 라면 CF를 통해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오동통통~”을 외쳤던 이경심이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무색할 것도 없이 여전히 밝고 건강했다. 방송계에서 40대 여배우들이 노련하고 여유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는 요즘, ‘40대 참신한 신인’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15년간의 갈증을 풀다
이경심(42)이 방송을 시작한 것은 그녀가 초등학교 6학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모 청량음료 CF를 찍게 되면서부터다. 그 이후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며 드라마 ‘내일은 사랑’, ‘젊은이의 양지’에서 건강하고 밝은 역할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소속사와의 문제로 연기 활동을 중단하면서 오랜 친구였던 프로골퍼 김창민씨와 결혼을 했고, 이후 그녀는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다. 간혹 골프 방송을 진행하거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15년간 연기자 이경심은 볼 수 없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내가 연기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늘 하던 일이었으니까요. 이제 두 돌이 지난 딸에게도 엄마가 전문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듯해 결정을 내렸어요.”

잠잠한 호수 같았던 그녀의 15년. 사실 그 속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옛 동료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다 보면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집에 와서 가족의 모습을 보면 ‘가정에 충실하자’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전부 제 욕심이었죠.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두고 내가 굳이 모험을 해 얻는 것이 뭘까?’, ‘옛날 풋풋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게 좋지 않을까?’란 많은 고민을 했죠. 그렇지만 남편의 한마디가 큰 용기를 줬어요. ‘뭘 고민해. 까짓것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그 순간 모든 고민과 갈등이 한 방에 사라졌어요.”

이경심의 복귀를 도운 또 한 사람은 그녀가 ‘내 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이사다. 매니지먼트 경력 23년 차로 심은하, 최지우, 장진영 등을 발굴한 ‘여배우 메이커’다.

“손 이사를 몇 년 만에 우연히 식당에서 만났어요. 제 옆모습을 보고 ‘너, 경심이 아니니?’ 하고 말을 건네셨죠. 20년간 알고 지낸 오빠였으니 이후로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복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어요. 그런데 돌아온 한마디는 냉철했어요. ‘먼저 살부터 빼라’였죠.”

그의 주문은 이렇다. 집에서 주부로 충실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단 복귀하기로 결심했다면 철저히 배우로 돌아가야 한다. 생활의 냄새를 지워라. 이경심은 당장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싱글핸디 골퍼일 정도로 골프나 다른 운동을 좋아했지만 체중 감량은 다른 문제였다.

“현재 7kg을 감량한 상태예요. 여기서 3kg를 더 빼려고요. 한 달 동안 탄수화물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정말 힘들어요. 솔직히 말해서 먹을 거 다 먹고 오로지 운동만으로 살 뺀다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일 거예요. 저는 단백질 보충제와 바나나 그리고 운동으로 감량할 수 있었어요.”

그녀는 살을 빼는 데 가장 좋은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를 추천했다. 자전거는 다리 근육을 옆이 아닌 앞뒤로 발달시켜 예쁜 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그녀의 복귀작은 생각보다 빨리 결정됐다. 오는 12월에 방영 예정인 KBS-2TV 월화 미니시리즈 ‘힐러’에서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 유지태, 지창욱, 박민영 주연에 송지나 작가의 작품으로 2014년 하반기 기대작이다.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무엇보다 기쁜 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다는 사실
이경심은 대본 리딩 스케줄이 잡힌 날을 하루 앞두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긴장했다. 15년의 공백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드라마 제작 환경이나 분위기가 바뀌었고, 과연 그곳에 적응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이 됐다.

“대사를 하는 톤도 옛날과 많이 변했죠. 과거에는 연기를 위한 ‘연기톤’이 따로 있었지만 요즘은 자연스러움이 관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사 전달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나 지인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입 모양, 발음 그리고 억양을 정확히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15년 만에 발을 다시 들여놓은 방송국. 깜짝 놀란 사실은 자신이 드라마 스태프나 후배 연기자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저는 정말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긴장하며 리딩에 참석했어요. 그런데 다들 제게 ‘이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묘하고 쑥스러웠어요. ‘나 선생님 아니야!’라고 했지만 아마 계속 그렇게 불릴 것 같아요(웃음).”

다행히 현장에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료 우희진, 도지원이 있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송지나 작가 또한 따뜻하게 그녀를 맞아주었다.

“제 상황에서 기댈 누군가가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우희진씨는 일일 드라마를 함께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도지원 언니는 장서희 언니와 친해서 셋이 종종 만났었고요. 무엇보다 배우들을 존중해주시는 송지나 작가님의 배려가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살려주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시더라고요.”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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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리딩을 마친 이경심은 제작을 맡은 이정섭 PD에게 “참신한 신인이 돼 돌아왔다”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송 작가 역시 “15년 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라는 평가를 했다.

“리딩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송 작가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저를 향해 씩 웃어주시더라고요. 그게 무척 좋았어요. 작품을 하면서 ‘순간순간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미 하나의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기뻐요.”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지창욱의 젊은 엄마 역할을 맡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엄마 역이지만 시청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지창욱도 극중이지만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벌써 남달라 보인단다.

“요즘은 그런 후배들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지창욱씨는 젊은 배우치고 눈빛이 살아 있더라고요. 저는 배우라면 남자든 여자든 눈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면의 감정까지 표출할 줄 알아야지요.”

주조연의 비중을 막론하고 한 작품 속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 있는 것이 최근 흥행 드라마의 요건이다. 그녀가 단순히 엄마 역이라고 해서 전형적인 모습을 연기할 수 없다.

“제작진도 엄마라고 해서 아줌마 스타일은 안 된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처녀 못지않은 센스를 가진 젊은 엄마들의 스타일이나 행동을 잘 분석해보려고 해요.”

이경심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일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감이 묻어난다. 현재 그녀에게 연기로 인해 무엇을 얻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감사할 따름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녀를 보면서 새삼 떠오르는 말이다.

‘ 40대 참신한 신인’ 이경심 15년 만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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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 추진력으로 나아가다
이경심은 결혼 7년 만에 귀한 딸을 얻었다. 신혼 때는 프로 선수로 복귀를 한 남편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고,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던 자신을 위해 임신을 잠시 미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던 차에 자연스럽게 저희에게 온 아이예요.”
막 말문이 트이고 의사 표현을 시작한 26개월 다은이. 일을 시작한 그녀를 위해 친정엄마와 언니가 와서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주고 있다.

“이제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커서 제가 나가면 ‘조금만’ 울고 그쳐요. 그러곤 ‘엄마, 까까?’라고 한대요. 처음에 ‘까까 사러 다녀올게’라고 하고 나갔더니 그런가 봐요. 그간 아이가 없어서 키운 강아지들도 육아에 큰 도움이 돼요. 형제를 대신해 다은이와 잘 놀아주거든요.”

남편은 “와! 나 이제 연예인하고 사는 거야?”라고 너스레를 떨며 아내의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두 사람은 결혼 후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 죽이 잘 맞는 부부다.

“워낙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니 서로에 대해서 정말 잘 파악하고 있죠. 언쟁을 하다가도 ‘저 사람이 화났구나’ 싶으면 거기서 ‘스톱’하는 것이 싸우지 않는 비결이에요. 사실 부부싸움의 계기라는 것이 별거 아닌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 순간만 잘 넘기면 크게 싸울 일이 있나요.”

그녀가 활동을 중단했던 당시는 오로지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관리를 받던 매니지먼트도 동지는커녕 적이 돼 죄어왔다. 그녀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후 5년간은 TV를 끊고 살았을 정도로 당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제는 응원해주는 가족과 든든한 매니저를 만나 미처 펴보지 못했던 날개를 재정비 하려 한다.

“지금도 미디어의 발달로 분명 연예인들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대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아졌죠.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분들이 생기니까 마음이 정말 편해요.”

고소영, 배용준, 이병헌, 전도연… 과거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기했던 사람들이다. 톱스타가 된 그들의 위상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할까? 혹시 꾸준히 연기 경력을 이어갔다면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 한 번은 해봤어요. 단언할 수 있는 건, 후회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동안 평범한 주부로서 행복도 느꼈으니 그걸로 됐어요. 그리고 당시를 되돌아보면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이어갔다면 아마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좁은 시야로 그 틀에 갇혀 살았을 수도 있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톱스타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욕망의 끝을 향해 치달리며 다른 풍경을 지나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든든한 가족에게 힘을 얻고 즐기며 연기할 수 있는 여유와 넓은 시야를 가진 것, 이경심만의 특권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재찬 ■장소 협찬 / the fab(02-517-8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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