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댓글 공유하기
띄엄띄엄 단어로만 이어오던 대화가 완벽하게 문장으로 오가게 될 무렵, 두 사람은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오는 9월 22일, 지난 4년간 키워온 사랑의 결실을 맺는 에릭 스완슨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총지배인 에릭 스완슨과 배우 전수경. 결혼이라는 인생의 파티를 앞두고 연신 유쾌한 웃음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때로는 심장이 터져버릴 듯 쿵쾅거리는 사랑보다 그저 말없이 내 손을 꼭 잡고 시선을 마주하는 사랑이 더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웨딩 갈라쇼를 준비하는 커플
준비된 의상들을 유심히 살피던 전수경(48)이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예비 남편 에릭 스완슨(55)에게 의견을 묻는다.

“이게 좋아, 저게 좋아?”
“검은색.”
예상했던 답변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돌아선다. “클래식한 걸 좋아해요”라고 말한 뒤 뭐가 그리도 좋은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이윽고 시작된 촬영. 다양한 포즈와 표정을 요구하는 포토그래퍼의 요청이 낯설 법도 한데 그는 중간중간 익살스러운 포즈에 농담까지 섞어가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전수경을 만나 행복해진 마음을 표현했다는 ‘해피 댄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노! 그렇게 하면 어글리해.”
“그럼 이렇게? 이렇게?”
누구보다 설레고 누구보다 즐거운 두 사람의 이 순간. 막연하게 그려왔던 결혼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화끈하기로 소문난 그녀답게 그 그림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처음도 아닌데다가 나이도 있고 하니까 본식은 그냥 주례 없이 간소하게 치르려고요. 아직까지 재혼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정서상 시선이 그리 곱지 않잖아요. 조심스러워요. 대신 2부, 그러니까 피로연을 즐겁게 하려 해요. 인생 선배님들도 오래 살아보니 별거 없다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시고(웃음). 결혼식에 참석한 동료들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서양에선 주로 교회나 성당에 가서 목사님께 선서를 하고 그 뒤 피로연을 하며 파티를 하는 것이 결혼식이에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보고 먹고 ‘슈웅’ 가더라고요. 게다가 주례는 왜 그렇게 긴지, 지쳐요(웃음). 경건한 식보다는 와인을 마시면서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문제는, 하객 수가 1백 명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너도나도 초대해달라고 하면서(웃음)…. 뮤지컬 동료 선후배들이 많으니까 좀 왁자지껄하겠죠. 누구든지 노래하고 싶으면 하고, 스피치를 원하면 그리 하라 했어요. 아마도 제 피로연은 웨딩 갈라쇼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하객들 연령 제한을 두려고요. 최소 30대 중반은 돼야 올 수 있게(웃음).”

일명 ‘전수경이 바라는 대로’가 결혼 준비의 기본 원칙이었다. 덕분에 모든 예비부부들의 필수 통과의례인 ‘싸움’도 두 사람은 쉬이 넘겼다.

“결혼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오가면서 ‘작고 소박하게 하자’ 했더니 에릭이 ‘둘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할래?’ 묻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또 싫은 거예요(웃음). 뭐든 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에릭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고요. 게다가 보통의 결혼식은 부모님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잖아요. 에릭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그러다 보니 더 눈치 볼 일도 없었어요. 폐백이나 이바지, 예단 문제로 마음 상할 일도 없었고요.”

“솔직하게 제가 나서서 한 것이 없어서요. 호텔 내 예식 담당부서가 있어 준비 과정은 웨딩 플래너들에게 전적으로 맡겼어요. 가끔씩 제가 이 식의 주인공인 신랑이지만 아주 작은 점처럼 느껴지곤 했죠(웃음).”

일상이 프러포즈인 남자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전수경이 갑상선 수술을 받고 일을 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누군가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기엔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편하지 않았던 시기. 이제 와 고백하건대 그의 첫인상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에 언어, 문화의 장벽까지. 게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난 처음 보자마자 ‘뿅’ 반했는데?(웃음) 물론 수경씨가 강해 보이긴 했죠. 키도 크고 체격도 있으니까요.”

“이이는 작은 여자 좋아하거든요(웃음). 처음엔 영어가 안 되니까 깊은 대화도 안 되고, 그냥 농담이 오갔어요. 그러다 왜 가발을 안 쓰냐고 물었죠. 생일 선물로 사줄까요, 하면서. 사실 배우들 사이에선 가발 쓰는 일이 흉도 아니니까 악의 없이, 스스럼없이 말했는데 에릭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상처받았대요(웃음). 게다가 제가 성격은 생각보다 세지 않은데, 말을 좀 직설적으로 해요.”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정말 화가 났었죠. 나중에 오해를 풀고 나서 괜찮아졌지만요(웃음).”
“영어가요, 답답하니까 되더라고요(웃음). 처음엔 의사소통이 안 돼서 정리하자, 이런 마음도 들었어요. 만나면 지루하니까. 그러다가 소주를 마시면서 늘었죠. 쫙쫙 나오더라고요(웃음).”

‘남’에서 ‘님’이 된 건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부터였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묘하게 끌리는 서로의 매력도 이들의 거리를 좁히는 데 한몫했다. 위기의 순간이 왜 없었겠냐마는 그 또한 지나고 보니 추억이다.

“연애 초반에 좀 서운했죠. 이 사람이 날 좋아하긴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왜 청춘들의 연애는 그렇잖아요. 보고 싶으면 밤을 새서 달려가기도 하고…. 그런데 에릭은 ‘피곤해? 그럼 쉬어’ 이게 끝이었어요. 날 무척 편하게 해준 거지(웃음). 그런 게 좀 서운했는데 둘 다 마흔을 넘겼잖아요. 점차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연애를 하다 보니 다툴 일이 크게 없더라고요.”

“한 1년 정도 지나고 나서 괜찮아졌어요.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상대방에 대한, 내 기대를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는 늘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또 서로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어요. 거짓말로 허풍을 떨지 않으니까 싸울 일이 없었죠. 이건 정말 중요한 거예요.”

“동의해요. 상대를 위해 날 희생하고 포기하고, 그런 걸 강요하지 않았어요. 더 해주면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지,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해줘, 하는 게 없었어요. 에릭도, 저도 그런 면에서 정직한 스타일이에요. 숨기고 돌려서 말하지 않는 편이고요.”

바라보는 곳도, 좋아하는 것도 꼭 닮은 두 사람. 그러나 프러포즈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이 갈린다. “했다”라고 주장하는 그에게 그녀가 묻는다.

“언제?”
“그때 한 거 아냐? (전수경의 표정을 보더니) 전 그리 로맨티스트가 아니에요(웃음).”
“사실 ‘결혼하자’라는 말은 연애 초반에 했어요. 너무 서둘러서 제가 깜짝 놀랐는걸요. 적어도 1년은 만나보자, 하면서 넘겼는데, 그게 프러포즈야?(웃음) 아, 그때 그걸로 입을 싹 닦으려나 봐요.”
“그래서 화났어요?”
“농담이에요. 에릭은 일상이 이벤트예요. 즐겁게 해준 것들이 쌓여서 하나도 서운하지 않아요.”
“나에겐 지난 4년간의 만남이 프러포즈였는걸?”
“아이고, 말은 정말 잘해(웃음).”

진짜 가족이 되다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 뒤 찾아온 사랑. 그는 자상했고 따뜻했다. 그녀는 열정적이었고 배려심이 많았다. 두 사람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 까닭이다.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9월 결혼 앞둔 에릭 스완슨 · 전수경 The Love Story

“매력은 한꺼번에 확 오지 않고 서서히 다가왔어요. 수경씨를 만나면서 정말 여러 모습을 봤는데, 배우이자 엄마이자 여자로서 무척이나 많은 매력을 지닌 사람이에요. 무대에서 만나면 와우! 아름답고 훌륭하고 터프하고…. 그러다가도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또 다른 사람처럼 짠, 하고 등장해요. 지금은 모든 것이 다 매력이에요. 서로에 대한 믿음도 더 두터워졌고요. 그리고 진짜 가장 큰 매력은, 잘 때 방해를 안 하는 것?(웃음) 저희 두 사람은 ‘굿나잇’ 하고 2분이면 잠들어요. 둘 다 그렇다는 것이 나이스 매치예요.”

“에릭씨도 야누스예요. 집에선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목수에 가드너 같아요. 그렇지만 밖에서 보면 샤프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더라고요. 전 결혼한 뒤 전보다 더 좋아지는 사랑이 많지 않음을 알아요. 결혼한다고 그 사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 상태 그대로 이런 사람이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요. 살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겠구나, 하는 확신도 있어요(웃음). 허튼 일에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을 거예요.”

조금은 이른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 지온, 시온.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들은 두 사람 결혼의 일등공신이다. 애초부터 아이들이 반대했다면 사랑을 이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는 에릭 스완슨의 생각이기도 하다.

“두 아이는 제 딸들이기도 해요. 저에게는 한 명의 여왕과 두 명의 공주가 있어요(웃음). 저희 결혼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처음 만날 때부터 아이들에게 ‘엄마 남자친구 사귀어도 돼?’라고 동의를 구했어요. 에릭은 늘 아이들에게 자신과 친해지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오랜 시간을 두고 편안하게 지켜보면서 서서히 가까워졌죠. 지금은 저보다 에릭이랑 더 친해요.”

최근 MBC-TV 주말드라마 ‘마마’ 촬영에 들어가면서 더욱 바빠진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그다. 요리도, 청소도 그의 몫이라고.

“다 연습을 통해 숙달된 거예요(웃음). 이건 정말 엄청난 비밀인데요. 내가 상대방을 돕고 있다는 걸 절대로 눈치 채게 해선 안 돼요. 그래야 서로 부담을 안 느껴요. 그리고 내가 뭔가를 받고 싶으면 먼저 내가 줘야 해요. 그게 진리예요.”

뜨거운 볕 아래 영근 곡식처럼 마음을 꽉 채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두 사람. 앞으로 이들 앞에 펼쳐질 시간들도 지금처럼 행복하길, 사랑스럽길 바라본다. 축하의 마음을 가득 담아.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박재찬, 안지영 ■의상 협찬 / TNGT(문정점, 070-4010-8706) ■장소 협찬 /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02-753-7788) ■헤어&메이크업 / 현혜영, 지혜(요닝, 02-3446-6337) ■스타일리스트 / 김영아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오늘의 포토 정보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