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천만 배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류승룡 “천만 배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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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이 출연하는 사극 영화는 무조건 흥행’한다라는 충무로의 공식이 있다. ‘최종병기 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각각 7백만, 1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의 세 번째 사극 ‘명량’, 흥행 불패 공식은 이번에도 통할까?

류승룡 “천만 배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류승룡 “천만 배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류승룡(45)이라는 배우에게는 장르와 국적의 벽이 없다. 현대물과 사극을 오가고, 한국인이 됐다가 중국인이 되기도 한다. ‘최종병기 활’에서 변발의 만주 장수를 연기했던 그가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에서는 일본 장수로 변신했다.

“감독님과는 ‘최종병기 활’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에요. 자꾸 외국인 역을 맡기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저를 한국 사람으로 인정하질 않는 게 아닌가…(웃음). 사실 만주어는 전 세계에서 1백 명밖에 쓰지 않는 사어(死語)라 조금 부족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었지만 일본어는 통달하신 분들이 많아서 부담이에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영화적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영화 ‘명량’은 12척으로 3백30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작품이다.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하고, 그의 대척점에서 조선을 장악하려는 왜장 구루지마 역은 류승룡이 맡았다.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명량’은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구루지마는 전술이 굉장히 뛰어난 해적 출신의 장수에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구루지마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종교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죠. 이순신 장군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악역이라 빈틈없이 강해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그래야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짙은 스모키 화장에 화려한 장식의 갑옷을 입고 등장한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일본에서 공수해온 의상과 장신구의 무게는 무려 30kg에 육박한다. 더운 여름, 구루지마가 돼 촬영을 할 때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며 고생담을 털어놓는다.

“무진장 무거웠어요. 역사적 고증을 철저하게 한 옷이라 속옷부터 켜켜이 껴입는 것도 곤욕이었고요. 특히 투구를 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가뜩이나 제 머리도 큰데 뭘 그렇게 얹어놨는지(웃음). 목에 무리가 많이 갔어요.”

배우 류승룡은 지금껏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별로 없다. 예승이 아빠 ‘용구’부터 임수정을 유혹하는 카사노바 ‘성기’까지 모두 전혀 다른 모습이다. 끊임없는 변신,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쑥쑥 자라나고 있는 두 아들?(웃음) 제가 서른다섯 살에 영화를 시작했어요. 출발이 늦었던 만큼 못 해본 역할이 아직도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 나이가 들더라도 다른 장르나 새로운 캐릭터가 있다면 끊임없이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류승룡 하면 ‘우공이산’이란 말이 떠오른다. 묵묵히 산을 옮긴 ‘우공’처럼 그도 우직하게 연기의 반경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흥행이 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변함없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이 배우의 도전이 아름답다. 역시, 천만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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