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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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다. 청순하다. 아름답다. 숱한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우리들의 첫사랑, 그녀가 돌아왔다. 특별하면서도 애잔한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의 감정을 전하는 그녀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뤄진 소피 마르소와의 따끈따끈한 인터뷰, 「레이디경향」이 단독으로 공개한다.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꽤 오랜 시간 짝사랑했던 학창 시절 내 첫사랑은 아주 싱겁게 끝이 났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 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소피 마르소가 내 이상형이야”라고 스치듯 털어놓은 그의 고백을 듣고 지레 그 이후의 관계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와 나, 이상형과 현실 사이의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고는 그랬을 것이다. 보물처럼 간직했던 책받침, 방 안 가득 그녀의 포스터로 가득 채웠을 남성들이 어디 나의 첫사랑뿐이었을까.

“소피 마르소에게 넘어가지 않는 남자, 말도 안 된다고요? 왜요, 당연히 말이 되죠!(웃음).”

영화 ‘어떤 만남’으로 돌아온 배우 소피 마르소(48). 식상한 표현임을 알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빛바랜 소싯적의 내 질투를 무색하게 할 만큼 그녀는 더욱 깊은 매력을 내뿜었다.

“그녀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순간순간에 집중해봤어요. 마흔다섯의 그녀는 아직도 이혼 소송 중이고, 자신의 선택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하는 지점에 서 있죠. 10년 전과는 당연히 다르겠죠? 또 그녀의 직업이 작가라는 점 또한 작용했죠. 사람들을 만나서 자기가 쓸 소설의 소재를 찾으려고 할 것이고, 그만큼 다른 사람을 많이 관찰할 거라 생각했어요. 인물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이 쓸 이야기의 캐릭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잡히게 마련이니까요.”

그녀가 맡은 역할은 사랑보다 성공을 선택한 베스트셀러 작가, 25세 ‘연하남’은 만나도 유부남과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는 연애 철칙을 세우고 있는 여자, 실연당한 딸의 전 남자친구의 SNS에 악담을 퍼붓는 엄마, 엘자. 영화에 속 캐릭터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일까. 엘자가 그러하듯 그녀는 모든 질문에 당당했고, 지혜로웠으며, 유쾌했다.

“영화 ‘어떤 만남’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어떤 유혹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전 달콤 쌉싸름한 비터 오렌지 향 같은 이 영화의 여운이 좋아요. 또 엘자와 피에르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위대한 이유는 두 사람이 달콤하고 자유로운 그 감정을 분명 느꼈기 때문이죠.”

운명 같은 만남
극중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서 우연히 만난 변호사 피에르와 첫눈에 반한 그녀는 이내 곧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사랑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던가. 자신들의 관계가 불륜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서로의 연락처도 묻지 않은 채 헤어졌지만 운명처럼 다시 만난 인연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두 번의 결혼을 한 자신의 삶에 투영해 몇 번을 고민해봐도 사랑은, 늘 어렵다.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엘자는 굉장히 독립적이에요.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 사람의 삶, 그 일상을 깨뜨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사람과 만나지는 않겠다, 라는 원칙이 있죠. 그래서 이를 근거로 판단하고 행동했어요. 그런 것이 선택의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상대가 선을 넘는다면, 당연히 그녀도 따라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양심에 찔렸겠지만 그걸 어기고 따라갔을 것 같아요. 원칙이란 것도 깨지기 위해 생겨나는 것이잖아요(웃음). 만약 저였다면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도 없으니 일단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사랑은 감정의 저글링 같은 거니까요.”

더욱이 상대가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프랑스의 ‘국민 배우’ 프랑수아 클루제가 아닌가!

“프랑수아는 그 또래의 배우 중 단연 뛰어난 사람이에요. 그의 연기에는 견고한 마음을 뒤흔드는 재주가 있어요. 보통 남자들, 걱정 같은 거 잘 안 하잖아요. 머리 아픈 건 질색! 이런 식으로요(웃음). 사는 것도 안정적이고, 가정도 행복하고, 피에르에게 불확실성이란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그런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혼란에 빠졌으니, 여기에서 매력과 긴장감이 더 느껴지더라고요.”

두 베테랑 배우가 만났다. 농익은 베드신도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탄생했다. 그렇지만 이런 두 사람에게도 유난히 힘들었던 신이 있었다고.

“그를 많이 좋아해요. 아주 곧은 성격이죠. 절대로 머리를 굴리지 않고 속임수 같은 건 몰라요. 화면에 그의 감수성이 다 전달되는 걸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연습하다가 웃었던 적이 있는데, 저희 두 사람 몸이 밀착되는 장면이었어요. 프랑수아가 저를 확 강하게 끌어당기지 못하더라고요. 몸 풀기처럼 연습을 몇 번이나 했는데, 많이 웃었죠. 아마 프랑수아에게는 클럽에서 저랑 같이 춤추는 장면이 제일 힘들었을 거예요. 말은 술술 잘하는데 엄청 몸치거든요(웃음). 음악이 다 끝나가는데도 이게 연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능숙하게 연기하는 배우와 함께 작업한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에요.”

꿈꾸는 소녀의 삶에서
34년 전, 트럭 운전기사의 딸이었던 소피 마르소는 크리스마스 때 쓸 용돈을 벌기 위해 10대 모델을 구하는 에이전시에 자신의 사진을 보냈다. 때마침 주연배우를 찾고 있던 영화 ‘라붐’의 섭외 감독이었던 프랑소와즈 메니 드 레이에 의해 발탁된 그녀는 700: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스크린에 첫발을 내딛었다. 결과는 대성공. 예상치 못한 인기 덕분에 이례적으로 속편이 탄생했을 정도다.

10대였던 남성 팬들이 가장이 되고, 중년의 신사들이 되는 동안 그녀는 해마다 한 편 이상씩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때로는 소녀의 청순함으로, 때로는 도발적인 섹시 아이콘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였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그리고 1995년, 그녀는 할리우드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통해 세계로 무대를 넓혔다.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안나 카레리나’, ‘파이어라이트’, ‘007 언리미티드’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멜 깁슨, 이렌느 야곱, 존 말코비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성기를 누렸고, 제62회 칸영화제에서는 모니카 벨루치와 함께 출연한 영화 ‘돌아보지 마’로 레드 카펫을 밟아 아름다움을 뽐냈다.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단독 인터뷰

“배우로서 캐릭터가 달라지는 과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해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가 정말 그리워졌고, 처음 생각보다 이 감정이 더 복잡하고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 엘자처럼요(웃음).”

카메라 밖에서도 그녀는 늘 바빴다. 고른 흥행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그녀는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늘 연기에 전념했다. 인기 절정에 있을 때도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또 단편영화 ‘새벽의 뒷면’으로 감독 데뷔를 했으며, 첫 장편영화 ‘사랑한다고 말해줘’로는 제26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는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보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야말로 연출가의 세계를 가장 잘 반영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늘 자신의 주변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죠. 우연히 나오는 이야기는 없어요. 그래서 필모그래피는 늘 작가 자신의 초상화가 되는 셈이죠.”

연이어 두 작품을 함께하게 된 리자 아주엘로스 감독도 그녀의 다재다능한 매력에 빠졌나 보다. 그녀는 “다른 어떤 배우도 엘자 역을 소화해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소피 마르소를 치켜세웠다.

“리자 감독과 저는 문화적인 배경이 서로 달라요. 그렇지만 그는 제 안정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를 현실적이고 삶에서 단단히 닻을 내리고 사는, 정체성이 뚜렷한 여성으로 보거든요(웃음).”

‘어떤 만남’ 외에 ‘어레스트 미’, ‘애딕트’까지 올해에만 세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34년 차 배우 소피 마르소. 누구보다 노력했고, 끊임없이 도전했으며, 자신을 가꿨다. 세월과 함께 더욱 깊어진 그녀의 감성이 잊고 있던 우리네 아련한 추억을 더욱 선명하게 비춰주길 바라본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제공 / (주)티캐스트콘텐츠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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