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고장 무주를 신비하게 만드는 것…덕유산과 구천동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를 신비하게 만드는 것…덕유산과 구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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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하면 예전에는 구천동 하나만 떠올랐다. 하지만 요즘은 무주리조트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늘고 있다. 천혜의 비경인 덕유산과 적상산 ㄸH한 무주를 신비롭게 만드는 매력적인 산이다.

무주구천동 33경

1600고지 향적봉에서 운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언제 그랬나 싶다. 그렇잖아도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속이 타는데, 무더위는 왜 그렇게 기승을 부려 밤마다 잠을 설치게 하는지 마냥 밉기만 했다. 머리를 돌려가며 바람을 내뿜는 선풍기도 힘에 부치는 듯, 더위 앞에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여름은 서민들이 견디기에는 너무나 힘든 고통이었다.

그런데 언제 그랬나 싶게 낮에 반짝하던 더위도 밤이 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기세 당당하던 이번 여름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가을바람은 그렇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 그곳 역시 뜨거운 여름에 몸살을 앓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구천동으로 찾아들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곳에서 사람들은 여름의 더위를 피했지만, 그것은 붉은빛으로 뒤덮이는 구천동의 가을맞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구천동은 계절마다 그 빛깔을 바꾸며 영롱하게 빛난다.

무주구천동은 라제통문을 지나 36km에 이르는 덕유산 주봉 ‘향적봉’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기암괴석과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태고의 원시림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이 연못과 폭포가 되어 천혜의 33경을 이루고 있다. 구천동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몇 가지나 된다. 9천 명의 승려가 도를 닦았던 장소라든가, 구씨와 천씨가 많이 살아서, 9천 명의 호국무사가 수련했던 장소라서 등의 유래가 전해진다.

구천동에서 사랑받는 곳은 백련사부터 향적봉에 이르는 코스다. 덕유산은 ‘德’이 많아 넉넉한 산이고, 너그러운 산이다. 오래전부터 영·호남 지방의 대표적인 산으로 손꼽혔다. 북쪽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낙동강의 수원이 됐다.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의 2개 도와 4개 군에 걸쳐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1969년 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1975년 덕유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제1경으로 꼽히는 라제통문은 통일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다. 무주군 설천면과 무풍면의 경계를 가로질러 석모산의 기암절벽을 뚫어 길을 낸 터널이다. 지금도 양쪽 지역의 언어와 풍습이 다르다. 어떻게 절벽을 뚫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높이 3m, 길이 10m.

거북 형상의 바위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은구암’과 ‘청금대’를 지나면 누워 있는 용같이 생긴 바위 주변을 맴돌며 담을 이루는 제4경 ‘와룡담’을 만난다. 5경으로 꼽히는 학소대를 지나면 일사대와 함벽소를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나면 가의암과 추월담 그리고 10경 만조탄을 볼 수 있다. 파회, 수심대를 지나면 세심대와 거울같이 맑은 담인 ‘수경대’에 도착한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덕유산 자락에 들어가게 도는데, 이곳까지 차를 몰고 왔다면 이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백련사를 지나 향적봉까지는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먼 길이다. 덕유산 입구에서 백련사까지는 그리 가파르지 않고, 길도 잘 닦여서 힘들지 않다. 하지만 백련사부터 향적봉까지 가는 길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경사도 급하고 길도 험해 초보자에게는 꽤 어려운 산행 코스로 알려져 있다.

덕유산 입구에서 백련사까지 가는 길에는 구천동 33경이 숨어 있다. 약 1~2시간 걸리는데 이런 보물들을 만나는 재미에 지루하지 않다. 월화탄, 인월담, 사자담 등 폭포와 작은 호수가 줄지어 있다. 그중 구천폭포와 연화폭포 등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경이다.

두 시간 남짓 걷다 보면 신라 때 고찰인 백련사에 닿는다. 향적봉에 오르려면 꼭 이곳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탐방객들의 휴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백련사는 구천동 계곡의 유일한 사찰이다. 신라 신무왕 때 백련선사가 머물던 곳인데, 흰 연꽃이 솟아나듯 피어나 절을 세웠다고 한다. 백련사 입구의 아치형 다리를 건너 일주문을 지나면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석조 계단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경내가 나오고, 그 앞에 대웅전 등 건물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산행이다. 1600m의 향적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하다. 계단이 유독 많은데 경사가 심해서 산길이 팍팍하다고 느낄 정도다. 향적봉까지의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이겨내면 향적봉에서만 누릴 수 있는 멋진 광경이 발 아래 펼쳐진다.

땀을 흘리고 올라갔건만, 향적봉의 바람 앞에서는 몸이 추워짐을 느낀다. 발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는 산의 모습까지도 신비스럽게 변화시킨다. 향적봉에서 바라보면 왼쪽으로는 가야산, 오른쪽으로는 대둔산과 계룡산까지 볼 수 있다. 운무의 향연에 젖어들다가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나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산맥의 웅장함에 또 한 번 취한다.

그러다 문득 향적봉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어린아이가 걸어서 오르기는 힘든 곳인데도, 가족 단위의 산행객들이 많다는 것. 이유는 무주리조트에서 관광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2m의 설천봉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 만에 쉽게 오를 수 있다. 곤돌라 이용료는 성인 왕복 1만원이다. 문의 덕유산관리공단 (063-322-3174)

역사의 현장 적상산

여자의 붉은 치마처럼 아름다운 곳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적상산.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든 모습이 마치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같다고 해서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을 단풍이 얼마나 예쁜지 한국의 100경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다. 해발 1300m고지로 주봉인 향로봉을 거느리고 천일폭포, 송대폭포, 안렴대 등의 명소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양수발전소 상부댐인 산정호수와 적상산성, 안국사 등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이 운치를 더해준다.

적상산 매표소에서 안국사로 들어가는 북창 코스는 자가용을 이용한다. 마치 강원도 미시령 고개처럼 멀미가 날 만큼 꼬불꼬불하다. 산허리를 깎아서 길을 만든 탓이다. 이곳부터 향로봉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보통 산행은 서창 코스를 이용한다. 서창매표소를 지나 적상산성 서문지, 장도바위 등을 지나 향로봉까지 6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적상산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적상호’다. 적상산 정상에 만들어진 댐으로 그 규모가 놀랍다. 댐을 휘휘 돌아 길이 만들어져 있어, 드라이브를 하며 댐이 빚어내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1000m나 되는 고지에 있는 댐이 장관이다. 마치 한라산 백록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적상호 주변에는 전망대가 있다. 수압 조절을 하는 이곳은 물의 숨통 역할을 한다. 무주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적상호 전망대는 무주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전망대를 지나면 적상산성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찰, 안국사에 닿는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왕의 족보인 「선원록」이 봉안된 사찰이었다. 현재 위치는 양수발전소 건설로 본래 호국사가 있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대웅전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면 ‘국중제일정토도량’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만난다. 무학대사가 조선 제일의 길지로 적상산을 꼽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면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볼거리는 전통찻집인 ‘설상(雪裳)’과 성보박물관이다. 찻집에서는 적상산과 주변 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산을 조망하며 차를 마시면 세상의 모든 시름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일엽차, 솔잎차 등 전통차 맛을 볼 수 있다. 주지인 원행스님이 15년간 전세계 불교 국가를 다니며 수집한 불상들을 모신 성보박물관도 눈에 띈다. 중국, 티베트, 네팔 등 동남아시아와 파키스탄, 이란 등 서남아시아에서 모은 불상과 도자기가 3백여 점이나 전시되어 있다.

적상산은 4면이 암벽으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로, 산성 만들기에 좋은 곳이었다 한다. 조선시대에 산성을 만들어 거란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백성들이 적상산성에서 목숨을 보존했다고 한다. 매년 10월 단풍축제를 열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문의 063-322-4174

가족 휴양지 무주리조트

사계절 내내 밤이 더욱 빛나는 곳

규모부터 상상을 압도한다. 2백12만 평이라고 하니, 얼마나 넓은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차가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무주리조트는 대표적인 산악형 리조트다. 수려한 덕유산을 배경으로 건물들이 이국에 온 것 같다 . 계절마다 다른 볼거리와 놀거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무주 하면 덕유산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무주리조트를 떠올릴 만큼 무주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 되었다.

이곳은 숙박과 레저 시설, 스키, 골프 코스 등이 갖춰진 종합 휴양지다. 특히 겨울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스키어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무주리조트로 들어가는 초입에 늘어서 있는 스키 렌탈 가게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주컨트리클럽은 야생 고원 골프장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골프를 치고 삼림욕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골프의 황제 아놀드 파머가 설계를 맡았는데, 돌과 나무 등 자연의 조화가 절묘하다. 알프스풍의 건축 양식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호텔 티롤은 많은 관광객이 투숙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마감재로 쓴 오스트리아산 적상목에서 나는 향기가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자극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객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좀더 저렴한 숙소를 원한다면 가족호텔과 국민호텔을 이용할 것.

무주리조트의 가장 큰 특징은 먹거리부터 놀이까지 모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바와 식당, 레스토랑 그리고 쇼핑까지 원 스톱으로 할 수 있다. 처음 이곳을 만들었을 때 수조원이 들어갔을 만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로 사용된 후 더욱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리조트의 진면목은 밤에 빛난다. 형형색색의 전구와 불빛이 드넓은 대지 위에서 빛난다. 리조트 곳곳에는 휴식을 위해 온 방문객들이 술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산보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의 063-322-9000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백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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