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대장금’으로 컴백하는 이영애

사극 ‘대장금’으로 컴백하는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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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연기 위해 스파르타식으로 궁중요리 배웠어요”

톱스타 이영애가 2년 만에 컴백을 준비중이다. 9월 8일 첫 방송되는 MBC-TV 사극 ‘대장금’이 그녀의 컴백 드라마이다. 입지전적인 조선시대 ‘어의’인 ‘장금’ 역을 소화하기 위해 궁중요리까지 배우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그녀를 서울 가회동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만났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할이죠”

올가을 쯤이면 이영애(32)를 CF가 아닌 드라마를 통해 매주 만날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이후 2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하는 그녀의 컴백작은 MBC-TV 드라마 ‘대장금’으로, 차인표·이경영 등과 함께 열연했던 드라마 ‘불꽃’이후 3년 만의 브라운관 나들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힌 이영애는 몇몇 CF 활동을 제외하고는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휴지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충무로의 러브콜 1순위 배우로 꼽히는 그녀가 브라운관을 통해 복귀한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이면서도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허준’ ‘상도’ 등을 연출한 이병훈 프로듀서의 야심찬 작품인 ‘대장금’은, 조선시대 궁중요리사인 ‘수라관’으로 입궐해 관비로 전락했다가 마침내 어의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여성 ‘장금’의 일대기를 다루는 50부작 대하사극이다. 주인공 대장금은 조선 중종 때의 실존 인물로, 어린 나이에 궁중에 들어가 요리사로 성장한 뒤 훗날 왕의 주치의인 어의 자리에까지 오른 당찬 여성이다. 이영애는 이 드라마 출연을 위해 영화출연 제의까지 고사했을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4일까지 그녀는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씨(56)로부터 개인 수업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그녀 자신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배역의 특성상 초반 20회까지는 직접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많기 때문.

“그동안 정말 백수처럼 지냈어요. 집에서 먹고 자고 하다보니 살도 좀 붙은 것 같아요. ‘대장금’의 대본을 보고 주인공의 삶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우선 실존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성공 스토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궁중암투나 권력다툼 속에 놓이는 인물이 아니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뤄가는 여인상이라서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일 거예요.”

“직접 만든 호박떡 너무 맛있어요”

궁중음식연구원이 있는 한옥집의 본채 ‘지미재’에서 만난 이영애는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단정하게 땋은 머리, 조신해 보이는 긴치마 차림의 수수한 모습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황혜성씨의 딸이자 유명 요리연구가인 한복려 원장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감각이 뛰어나서 생소한 궁중음식도 빨리 익힌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의’란 단순히 치료만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임금을 위해 보양식을 준비하는 등 미리 병을 예방하는 역할까지 겸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음식 만드는 장면이 많은데, 그럴 때 어설퍼 보이면 안 되잖아요. 자기 연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자 하는 것은 모든 배우에게 마찬가지 심정일 거예요.”

이영애는 채썰기, 나물손질, 삶기, 짜기, 무치기 등 한식요리의 기본부터 시작해서 임금님이 이른 아침에 드시는 죽상, 12가지 반찬이 올라가는 수라상, 신선로 구절판 등 궁중 잔치상 차리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수업기간 중 이영애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스파르타식에 가까운 집중 강습를 받았다. 점심시간 30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수업시간이었을 만큼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늘 십분 전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을 만큼 성실한 ‘학생’이었다는 것이 한 원장의 귀띔이다. 또 한 원장이 미리 책을 주고 범위를 정해주면 집에서 예습을 해오고, 연구원들이 당일에 배운 내용을 녹화해둔 테이프를 가져가 복습도 했단다. 

“여기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부모님께 드리곤 했는데 아주 좋아하세요. 호박떡 같은 건 직접 만들어보니 의외로 쉽고 아주 재밌어요. 물론 제가 요리를 배우는 건, 어떻게 하면 드라마상에서 요리를 정말로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것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한 선생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세요. 워낙 (방송) 경력이 화려하시잖아요. TV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가 높으시기 때문에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이 되어 주십니다.”

신부수업이 아닌 연기를 위해 배운 요리이긴 하지만 미혼인 그녀로서는 겸사겸사 좋은 기회가 됐다. “언젠가 좋은 사람이 생기면 배운 대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한 그녀는, 드라마를 앞둔 상태이니 만큼 연기에만 몰두하고 싶다며 개인적인 질문은 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짧지 않은 공백을 깨고 사극으로 돌아오는 이영애가 과연 ‘여자 허준’이 되어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 섞인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한복려 원장 미니 인터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학생’이에요”

이영애씨는 나 역시 평소 만나보고 싶은 스타였을 뿐,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본인이 배역을 연기하기 전에 먼저 궁중음식에 대해 익히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MBC측에서 제안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먼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더욱 가상했다.

대중매체에 의해 보여지는 사람은 영향력이 큰 만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에 각별히 신경써서 지도했다. 수업의 우선 목표는, 음식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보여질 때 숙련된 조리사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비쳐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음식 조리의 기본 사항부터 마스터한 다음 궁중음식 학습으로 들어가야 했다.

나물 삶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나물 하나라도 삶는 정도에 따라 음식의 질감과 맛이 다른 법이다. 채를 한 번 썰더라도 굵기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고, 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료의 형태가 달라진다. 따라서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칼 잡는 모양도 달라짐은 물론이다.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4백~5백 년 전의 모습을 연출해야 하기 때문에 도마 앞에 섰을 때의 자세부터 칼질의 방법 등 ‘손의 표정’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신경써서 지도했다. 이를 위해 조리기구도 일부러 구식 도마, 구식 칼을 이용해 연습하게 했다.

가르쳐보니 이영애씨는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두세 번 정도만 지적하고 교정해주면 금방 배운다. 일반음식 배우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궁중음식을 하는 건데 얼마나 까다롭겠나? 그런데도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다. 늘 겸손한 자세로 차분하게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니 가정교육이 아주 잘 된 처자 같다. 모쪼록 이런 계기를 통해 궁중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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