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맛있는 원두가 눈앞에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야 할까. 나에게 맞는 커피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마치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사이폰은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커피의 깊은 향과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추출 과정에서 커피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크다. 사이폰으로 끓이는 커피의 농도는 원두 양이나 추출하는 시간에 따라 조절할 수 있으며 원두 양을 늘리거나 물을 줄이면 더욱 진한 농도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How to 1 원두는 일반 설탕 정도의 크기로 분쇄한다. 2 사이폰 하부 비커에 물(1잔 분량 200ml)을 채우고 불을 켠다. 3 물이 끓으면서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상부 플라스크를 장착하고 분쇄한 원두(1잔 분량 18g)를 투입한다. 4 물이 모두 상부 플라스크로 올라가면 숟가락으로 원두가루를 가볍게 저어준 뒤 50초 뒤에 불을 끈다. 5 추출된 커피가 하부 비커로 모두 내려오면 상부 플라스크를 제거해 커피잔에 따라 마신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모카포트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도 손쉽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모카포트는 불에 올려 가열하는 직화식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다. 포트 하부에 찬물을 붓고 원두가루를 필터에 채워 넣은 뒤 불에 올려 커피를 추출한다. 원두가 너무 굵으면 커피가 연하게 추출되며, 너무 오래 끓이면 탄 맛이 강해져 적당한 타이밍에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How to 1 원두는 에스프레소보다 약간 굵게, 고운 소금 입자 정도로 분쇄한다. 2 모카포트 하부에 물을 넣고 필터에 커피를 수북하게 담은 뒤 스틱을 이용해 원두가 담긴 윗면을 평평하게 깎는다. 3 ② 위에 상부 포트를 올려서 단단히 조립한 뒤 중간 불에 가열한다. 4 ③에 크레마가 올라오면 3초를 센 뒤 불을 끈다. 남아 있는 압력으로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정성스럽게 커피를 만드는 핸드 드립은 드리퍼의 종류, 원두, 물줄기의 굵기와 붓는 시간, 필터 등에 의해 맛이 달라진다. 같은 원두라도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지는 것.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낸 커피와 달리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How to 1 원두는 굵은 소금 입자 정도로 분쇄한 뒤 필터 위에 넣는다. 2 ①에 95℃의 물을 골고루 붓고 1분 뒤 다시 달팽이 모양을 그리면서 골고루 부어준다. 3 30초 후 다시 물 붓기를 3, 4번 반복하면 커피가 추출된다. 4 드리퍼를 분리하고 온수 100ml를 넣어 희석해 아메리카노로 마신다.
커피 본연의 아로마까지 추출하는 프렌치프레스
포트에 원두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고 동그란 손잡이가 있는 금속 프레스를 누르면 추출된 커피와 원두가루가 분리된다. 종이 필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커피의 지방 성분까지 추출돼 보다 풍부한 커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프렌치프레스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붓고 금속 프레스를 위아래로 부드럽게 올렸다 내렸다 하면 고운 우유 거품을 만들 수 있다.
How to 1 원두는 일반 소금 입자 정도로 분쇄한다. 2 프렌치프레스에 ①의 원두(1잔 분량 18g)와 90℃의 온수 180ml를 붓는다. 3 ②를 나무 막대로 10초 정도 저어준 뒤 1분 기다린다. 4 ③의 금속 프레스를 끝까지 내린 뒤 추출된 커피만 따라 커피잔에 담는다.
Part 2 스타 바리스타 3인의 커피 레시피
바리스타가 직접 자신만의 스타일로 로스팅해 만든 커피는 어떤 맛일까. 소문난 스타 바리스타 3인이 제안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커피 레시피를 소개한다.
장현우 바리스타의 풍부한 향의 커피
장현우(32) 바리스타는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 카페 거리에 위치한 카페 ‘아이두(I do)’의 대표이자 생두를 로스팅하는 ‘빈프로젝트’의 헤드로스터다. 경력 10년 차의 장현우 바리스타는 깔끔하지만 풍부한 커피향이 입 안에 맴도는 커피를 좋아한다. 로스팅 정도로 따진다면 미디엄으로 로스팅한 원두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너무 태우지도, 덜 익지도 않은 상태를 말한다. “직접 로스팅한 다크나이트라는 블렌드는 제가 제일 선호하는 맛과 향의 커피예요. 감귤류와 고소한 견과류의 특징이 조화로워 여운이 긴 커피죠.”
장현우 바리스타의 추천 메뉴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피로해지기 쉬운 가을에는 평소보다 진한 커피인 스트롱 라테로 에너지를 보충해보자. 카페런던은 유럽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 메뉴로 적당히 따뜻한 온도에 우유 거품을 최대한 얇게 올려 작은 유리잔에 제공한다. 볶은 아몬드와 호두처럼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향이 특징이며 마시고 난 뒤에는 달콤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매직라테는 튤립잔이라 불리는 작은 커피잔에 더블 리스트레토(짧게 추출한 커피)와 거품이 적은 스팀밀크를 올린 커피 메뉴다. 커피 마니아나 바리스타들이 즐겨 마시는데 살짝 미지근할 정도의 우유 온도와 신맛이 있는 원두로 만들어 색다른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재료 미디엄 로스트로 내린 에스프레소 15ml 2샷, 우유 150ml
만들기 1 미디엄 로스트 원두는 분쇄한 뒤 더블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투명한 유리잔(200ml 정도)에 붓는다. 2 우유는 밀크저그에 넣어 60℃의 따뜻한 스팀밀크를 만드는데 폼(거품)의 높이가 1cm 정도 되도록 ①의 잔에 붓는다.
Tip 우유는 뜨겁지 않고 따뜻할 정도로만 데워야 깊은 커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매직라테
재료 라이트 로스트로 내린 리스트레토 12ml 2샷, 우유 120ml
만들기 1 라이트 로스트 원두를 분쇄한 뒤 더블 리스트레토를 추출해 잔(150ml 정도)에 붓는다. 2 우유는 밀크저그에 넣어 55℃로 최대한 곱게 스팀밀크를 만들어 ①의 잔에 붓는다.
Tip 리스트레토란 에스프레소를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양만 추출해 보다 농밀하고 강렬한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유정현 바리스타의 에스프레소 예찬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뭐 하며 지냈어요?” 유정현(36)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건네는 첫마디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공한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보다 커피를 볶고 사람들과 마주하며 커피 내리는 일이 적성에 맞아 13년째 바리스타를 업으로 삼고 있다. 유정현 바리스타의 커피숍 ‘에이스타(ASTAR)’ 출입문 앞에는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애초부터 이웃 주민들을 위해 만든 커피숍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가다 마실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2008년 국가대표 선발전 1등, 그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 그가 바리스타 경력 3년 차에 이뤄낸 성과다. 현재 바리스타학과 교수직을 맡고 있는 그는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팁을 전수했다.
“이탈리아어 에스프레소를 영어로 바꾸면 ‘신속, 빠르게’란 뜻이에요. 에스프레소는 식으면 본연의 맛을 잃기 때문에 식기 전에 빨리 마셔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죠. 에스프레소는 세 모금으로 나눠 마시면 더욱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요.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입 안 가득 향이 퍼지도록 오물거리다가 천천히 삼키세요. 마실 때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유정현 바리스타의 추천 메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주로 즐겨 마시는 강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롱 블랙과 진하고 부드럽게 즐기는 카푸치노 플랫 화이트를 소개한다.
재료 리스트레토 2샷, 뜨거운 물 적당량
만들기 1 5oz(약 150ml) 용량의 잔에 뜨거운 물을 70~80% 정도 채운다. 2 ①에 리스트레토 2샷을 내린다.
플랫 화이트
재료 리스트레토 2샷, 우유 적당량
만들기 1 7oz(약 210ml) 용량의 유리잔에 리스트레토 2샷을 추출한다. 2 ②에 따뜻한 우유 거품을 부어준다.
최현선 바리스타의 맛과 향이 조화로운 이색 커피
카페 ‘파이브 익스트랙츠(5 extracts)’의 최현선(37) 대표는 201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거머쥔 국가대표 바리스타이자 커피 볶는 솜씨도 뛰어난 로스터다. 그는 어린 시절 호주에서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면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
현재 최현선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홍대 앞 ‘파이브 익스트랙츠’를 포함해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만드는 연희동 ‘파이브 브루잉’, 테이크아웃 컨셉트의 등촌동 ‘파이브 투고’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그는 커피의 맛과 향에서 5가지가 조화로워야 맛있는 커피라며 에스프레소에 대해 설명한다.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준비하기 위해 만든 창작 메뉴 2가지를 추천한다. 에스프레소와 상큼한 오렌지가 에스프레소의 산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오렌지 에센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과 고소한 너트 크림이 한데 어우러져 담백한 맛이 일품인 너트 크림은 파이브 익스트랙츠에서도 맛볼 수 있다.
오렌지 에센스 에스프레소
재료 에스프레소 1샷, 오렌지 1개, 설탕 1컵, 생크림 150g
만들기 1 오렌지는 슬라이스해 소독한 병에 담고 그 위에 설탕을 부어 48시간 숙성 과정을 거쳐 오렌지 에센스를 만든다. 2 생크림은 부드러워질 때까지 휘핑한다.
3 에스프레소 잔에 ①의 오렌지 에센스 20ml를 붓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 1샷을 추출해 붓는다. 4 ②의 생크림을 ③의 에스프레소 위에 얹는다.
너트 크림 에스프레소
재료 에스프레소 1샷, 아몬드·캐슈너트 20g씩, 호두 15g, 땅콩버터 1/2컵, 생크림 1컵, 설탕·물 약간씩
만들기 1 블렌더에 아몬드와 캐슈너트, 호두를 넣고 간다. 2 냄비에 ①의 견과류와 설탕, 물을 넣어 끓인 뒤 체에 걸러 시럽을 만든다. 3 에스프레소 잔에 ②의 견과 시럽 10ml를 넣고 에스프레소 1샷을 추출해 붓는다. 4 볼에 땅콩버터와 생크림을 넣고 고르게 풀어질 때까지 섞어 ③의 에스프레소 위에 올린다.
Part 3 홈 카페을 위한 맛있는 도구
주방 어느 공간에나 놓을 수 있는 콤팩트한 크기와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는 세련된 디자인을 두루 갖춘 커피 도구들. 집에서도 카페 못지않은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제품으로 홈 카페 분위기를 연출해보자.
그라인더
원두를 분쇄하는 도구인 그라인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주로 수동 핸드밀이나 가정용으로 나온 전동 그라인더를 사용한다. 핸드밀의 경우 아래쪽 칼날은 고정돼 있고 손잡이를 돌리면 위쪽 칼날이 돌아가면서 원두를 간다. 전동 그라인더는 핸드밀보다 분쇄되는 원두의 입자 크기 선택의 폭이 넓고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요즘은 칼날의 형태나 기능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4 나무와 철제, 동 소재의 수동 핸드밀. 손잡이 부위의 나사를 맞추면 분쇄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 6만3천원, 칼리타 by 뮤제오. 5 손잡이를 돌려 수동으로 원두를 분쇄하는 핸드밀. 클래식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27만원, 자센하우스 by 코코비아.
커피 추출 도구
서버에 드리퍼를 얹고 그 안에 여과지를 깔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페이퍼 추출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다소 번거로운 게 사실. 요즘은 일체형의 융드립 세트나 프렌치프레스와 같이 간편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Part 4 취향 따라 골라 마시는 커피 컬렉션
최고급 원두만을 선별해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부터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의 시즌 제품까지 다채로운 맛과 향의 커피를 고르는 일은 행복한 고민이다.
■진행 / 이진주·윤미애 기자 ■사진 / 송미성·장태규(프리랜서) ■제품 협찬 / 루소(02-545-9935),뮤제오(02-2607-0918), 빈프로젝트(02-3141-1229), 삼원무역(031-754-1708), 선우실업(031-793-1172), 아티제(02-2155-5777), 어니스트(02-499-7786), 어라운지(02-1577-0626), 에이스타(02-701-7020), 에바솔로(031-754-1708), 일리(1666-1282), 이스팀 인텔리젠시아(02-3445-5358), 테라로사(070-4144-2760), 커피리브레(02-325-7140), 코코비아(1688-8908), 파이브 익스트랙츠(02-324-5815), 폴바셋(1899-8829), 하리오 코리아(02-739-2115) ■장소 협찬 / 사진창고(02-461-3070) ■도움말 / 유정현(에이스타), 장현우(아이두), 최현선(파이브 익스트랙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