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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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황혼 육아 시대다. 맞벌이는 날로 늘어가고, 보육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갈등도 만만치 않다. 가족인 까닭에 서로 불만을 쉽게 말하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로 인정하지 않는 주인과 머슴이 있는 상황
주도권 갈등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딸과 며느리의 하소연
“아니, 아무리 말을 해도 못 들은 척 본인 마음대로 하시는 데 지쳤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엄마, 딸이니까 참지 새언니네는 못 보내겠어요!”
“아이 엄마는 저라고요. 어머님이 아니고요!”

VS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하소연
“내가 종도 아니고, 아주 이래라 저래라 자존심 상해서.”
“내가 하는 건 다 맘에 안 들지.”
“아니, 애 봐달라고 와서 살살거릴 땐 언제고!”

전문가 솔루션 서로의 역할과 기대를 분명하게 정하라!
황혼 육아의 모든 문제는 주도권 싸움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위계질서가 어른 중심이고 ‘우리’를 위해 ‘개인’이 참는 문화였다가 지금은 이런 관계 중심적 가족 문화가 약해지고 젊은 자녀 세대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황이다. 또 ‘손자 손녀 육아’로 도움을 주고받는 가운데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가 모호하고 힘들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불만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고 말하기도 어렵다. 황혼 육아를 둘러싼 갈등은 서로 인정하지 않는 주인과 머슴이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도권은 자식들에게로 넘어왔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어른’이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자식들은 무조건 어른들이라고 존중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것을 내세우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장한다. 서로 자신들이 옳다고 하는 형국이다. 여기서부터 모든 갈등이 시작한다.

아이에게 아무거나 먹인다든지, 텔레비전만 주야장천 보여준다든지 하는 문제는 갈등의 본질을 에둘러 표현하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황혼 육아에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는 매우 다양한 역할을 가진다. 시어머니의 경우 남편의 엄마, 아이의 할머니 그리고 어려운 시어머니다. 거기에 육아를 도와주는 육아 도우미에 가사까지 돌봐준다면 가사 도우미가 추가된다. 친정엄마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을 어떤 역할로 보는가에 따라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고,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부모님일 때는 애틋하고 감사하지만 도우미 역할에선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자꾸 앞서 보인다. 서로의 역할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혼 육아의 갈등 해법은 자기 역할 기대와 타인 역할 기대를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 육아를 도움 받는 자식은 어른들께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어른들의 요구에 어디까지 수용해줄 수 있는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이것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으면 며느리의 경우, ‘시어머니가 잘못해서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자기 방어와 합리화를 하고 시어머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친정엄마의 경우 좀 더 힘든데, 딸이다 보니 반대로 자기 스스로 자책하고 죄책감을 가진다. 그러다 상황 타개가 안 되면 주로 남편이나 아이들이 희생양이 된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애쓰고 있고 나도 힘든데 당신은 뭐야!”, “애가 왜 이러지?”라는 식이다. 그러다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시댁은 뭐 하고 있는 건가”가 된다. 서로의 불만과 갈등에 ‘나쁜 사람’만 인증해놓으면 관계는 점점 악화된다.

역할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가지는 이상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다. 완벽한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친정엄마도, 딸도 없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고 내 뜻대로 움직여주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이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라는 구체적인 역할 행동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예를 들면 아이 엄마는 “무조건 칭찬해주지 마세요”, “큰 잘못을 했다고 여겨지더라도 때리지 마시고 저에게 먼저 말씀해주세요”, “TV 시청은 몇 시간 이내로 제한해주세요”로, 양육을 맡은 할머니는 “양육비와 수고비는 구분해줘라”, “아이는 몇 살까지만 키우겠다” 등 구체적으로 말이다.

구세대의 경험 육아와 신세대의 지식 육아의 격돌
교육 방식 갈등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딸과 며느리의 하소연
“하루 종일 TV만 틀어주시니 애가 멍하게 TV만 봐서 걱정이에요.”
“무조건 오냐오냐 하시니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
“저희 없을 때 체벌도 하시고 무섭게 아이를 다루시는 것 같아요.”

VS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하소연
“애한테 할머니가 어떻게 했느냐고 꼬치꼬치 물으니 감시당하는 것 같아 서러워.”
“매사가 ‘어머님,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니, 이게 바보 취급이 아니고 뭐냐!”
“참 유난을 떤다. 난 그런 거 하나 몰라도 애만 잘 키웠다!”

전문가 솔루션 교육 방식 갈등, 무조건 부모의 원칙을 따르자!
황혼 육아 갈등이 표면적으로 가장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정엄마와 딸의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혼 육아에 대한 각종 오해와 진실도 교육 방식의 충돌에서 나온다. 하지만 의외로 교육 방식 갈등 해법은 단순하다. 부모의 양육관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면 된다. 양육관과 양육 태도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이 긴 할머니 입장에서는 내가 아이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명심할 점은 ‘주 양육자’는 단순히 오랜 시간을 함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양육의 결정권과 책임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다. 주 양육자로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할머니 입장에선 서운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고 언짢을 수 있다. 하지만 손자 손녀는 내 자식이 아닌 딸과 며느리의 자식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 입장에선 주 양육자가 둘인 셈인데, 거기다 두 양육자의 교육 방침이 다르면 아이는 혼란스럽다. 엄마는 안 된다고 하고, 할머니는 된다고 한다면? 좋은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에게 악영향만 미칠 뿐이다.

키워준다고 해서, 돌봐준다고 해서 ‘내 아이’는 아니다. 아이 부모의 교육 방침을 존중해주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부분은 조부모들이 인정하고 따라줘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정엄마와 딸은 적군이 아니라 동맹군이 돼야 한다. 주 양육자는 부모이고 할머니는 조력자라고 생각해야 서로 부담이 적고 성인인 자녀도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또 성인의 자녀들도 명심할 점이 있다. 절대로 아이들 앞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할머니의 험담이나 욕을 해서는 안 된다. 엄마가 할머니를 대하는 태도를 아이가 그대로 배우게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고 예의도 없어진다. 할머니를 무시하게 되면 제대로 육아가 이뤄지기 힘들다.

교육 문제로 충돌이 있을 때는 아이가 없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다. 또 교육적인 이견이 있더라도 그것이 할머니는 나름의 ‘사랑 방식’임을 인정하고 다가가야 한다. 조부모 육아의 장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다. 할머니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는 것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신체적으로 피로하고 힘들면 아이에게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출근도 퇴근도 없는 직장
양육 시간 갈등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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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며느리의 하소연
“저희 출퇴근 시간 모르시는 것 아니면서 매일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하셔서 불편해요.”
“낮에는 아이가 어린이집 가니까 쉬실 수 있는데도 마냥 힘들다고만 하세요.”
“평일 약속을 잡으시고 늘 제게 월차를 내라고 하네요.”

VS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하소연
“우리 며느리는 여행을 꼭 같이 가자고 해. 지들 놀게 나보고 애 보라는 거지.”
“친구하고 어렵게 약속이라도 잡으면 한다는 소리가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해요’야.”
“회식이다 뭐다 지들은 할 거 다하고 늦게 오고,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니까.”

전문가 솔루션 일일 양육 시간 12시간 넘기지 말고 휴일을 정하라!
사회생활에서 공적인 관계는 칼같이 분명한 사람들이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딸과 며느리라는 범주 안으로 들어오면 불분명해지는 것이 많다. 양육 시간은 양육의 질과 어른들의 건강이 직결된 문제임으로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전업주부도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힘들었다고 하소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서로 아이를 봐주지도 않는다며 누가 더 봤네, 덜 봤네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하물며 연세 많은 어른들은 오죽할까.

안타까운 자식들의 사정에 황혼 육아를 자청하는 어른들도 많지만 어른들의 인식은 옛날과 다르다. 손주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어려움에 미리부터 벌벌 떨며 두려워하는 분들도 많다. 간혹 황혼 육아에 노년을 저당 잡힌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져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황혼 육아가 늘어나면서 어른들 사이에선 ‘손주병’이란 것도 생겼다. 척추관협착증, 추간판탈출증 등 정형외과 질병에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거기에 고령으로 인한 퇴행성관절염까지, 황혼 육아는 어른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장시간 육아 돌봄은 양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합가 양육이든, 파트타임 양육이든 어른들께 양육을 부탁할 때는 양육 시간을 정확히 정하고 약속된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1일 양육 시간이 절대 12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 밖에도 일정한 휴일도 보장해드리면서 언제까지 양육을 맡길 것인지 기간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양육의 질도 높아지고 어른들도 그 이후의 삶을 계획하실 수 있다.

월급인 듯 월급 아닌 월급 같은 너
양육비 갈등

딸과 며느리의 하소연
“전문 육아 도우미 시세만큼 드리는데도 성에 안 차시는 눈치예요.”
“한 명 값으로 둘을 본다고 하시는데, 정말 서운하더라고요.”
“아이 맡겼다가 보육비뿐만 아니라 시댁 생활비까지 다 떠맡게 됐어요.”

VS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하소연
“용돈인지 양육 수고비인지 헷갈리게 그때그때 다르게 준다니까.”
“애 본다고 200만원 가까이 준다더니, 생활비조차 안 주는 거야.
기저귀까지 내가 산다니까.”
“너희들 돈 모으라고, 양육비는 됐다고 했더니 정말 한 푼도 안 주고.
나는 병원비만 더 나가.”

전문가 솔루션 양육비와 용돈 구분하고, 계좌이체로 보내드리자!
가장 민감한 문제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자존감의 문제이고, 약속의 문제이며, 마음의 문제다. 어른들은 자식들이 한창 기반을 잡을 때 도와주고 싶고, 자식들은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는 부모님께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맡기며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집집마다 형편이 다르니 액수의 정답은 없다. 그야말로 형편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액수를 떠나 어른들과 합의된 금액이냐는 것이다. 또 돈의 성격과 용도가 분명하게 정해졌다는 것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과 수고비 그리고 아이를 맡아주는 양육비, 또 가사를 도와주면서 발생하는 식품 구입비나 소소한 생활비, 아이들을 양육하며 발생하는 교육비나 육아용품 구입비 등이 불분명하게 섞인 경우 서로 오해가 쌓이기 쉽다.

가족이다 보니 돈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황혼 육아 도움을 받을 때는 양육 수고 비용과 용돈을 정확하게 구분하자. 또 순수 양육 수고비와 기저귀나 분유 등과 같은 기타 양육 비용 지출도 구분해야 한다. 아이를 한 명을 맡기고 있는지, 형제나 자매를 맡기고 있는지, 파트타임으로 맡아주고 있는지, 합가로 가사까지 도움을 주는지 등 다양하게 고려하자. 순수 양육 수고비가 적다면 건강검진이나 병원비 등을 보조해주는 식이다.

또 황혼 육아 도움을 받을 때는 약속된 날짜에 계좌이체로 돈을 드리는 것이 좋다. 우리 문화가 손자, 손녀를 돌봐주면서 돈을 받는다는 것에 어른들은 아직도 심리적으로 어색해한다. 액수를 떠나 월급 형태로 이체를 해드리는 것도 일종의 배려다. 돈에 대한 약속은 고마운 마음의 다른 표현 방식이란 것을 딸과 며느리들은 명심하자.

황혼 육아, 어디서 준비할까?
알아두면 좋은 조부모 육아 교실&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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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도 공부해볼까? 지자체별 ‘조부모 육아교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조부모 손자녀 육아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각 지자체와 보건소에서는 ‘우리 동네 조부모 육아교실’을 운영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조부모에게 올바른 육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조부모 육아 교실에서는 신생아 관리와 베이비 마사지, 모유 수유를 돕는 법과 이유식 만들기,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증 대처법, 아동 건강관리와 응급처치 등을 배운다. 서울 노원구, 중구, 강남구, 마포구 등 각 구청과 보건소, 또 인천 및 경기 안산시, 구리시, 의왕시, 부산 기장군 등에서 실시 중이다. 교육 여부와 일정은 지자체별로 다르므로 해당 구청이나 보건소 등에 문의한다.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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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영상 육아 교실 인구보건복지협회 ‘육아 정보 콘텐츠’
외출이 힘든 조부모들이 편하게 집에서 육아 정보를 습득하고 양육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바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임신·출산 육아 정보 콘텐츠 코너다. 신생아부터 생후 36개월까지 월령별 발달과 육아시 필요한 정보, 상황별 똑똑한 육아법 등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제공된다. 문의 www.ppfk.or.kr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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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급할 땐 정부 서비스 이용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
만 12세 이하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 을 위해 아이돌보미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안전하게 돌봐주는 정부 서비스이다. 만 3개월~만 12세 이하 아동의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찾아가 1:1로 아동을 안전하게 돌봐준다. 시간제, 종일제, 질병 감염 아동 특별 지원 등 서비스의 종류도 비교적 다양하다. 야간·공휴일 상관없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다. 단 정부 지원 시간 초과시 시간 제한 없이 전액 부모 부담(시간당 6,000원)으로 이용해야 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지원금이 차등 적용된다.
문의 idolbom.mogef.go.kr

Expert Interview
“양가 어머님께 아이 맡기는 이유, 솔직하게 들여다보세요”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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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황혼 육아를 둘러싼 양가 어머님과 딸, 며느리의 갈등 본질은 무엇일까요?
서로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래요. 보통 육아 방법이나 살림 스타일 등이 달라 겪는 갈등이라 여기지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준다고 치자고요. 이분은 누구시죠? 내 엄마이기도 하고, 내 아이의 외할머니이기도 하고, 남편의 장모님이기도 해요. 또 내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육아 도우미이기도 하고, 살림을 도와주시기도 하는 가사 도우미기도 한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친정엄마일 땐 내가 딸이지만, 육아 도우미라고 한다면 클라이언트가 되는 거예요. 딸로서는 감히 가질 수 없는 불만이 육아 도우미, 가사 도우미라는 역할로 엄마를 보면 나오는 거죠.

Q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관해 신문이나 잡지, 방송 등에서 방법적으로만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황혼 육아의 세대 갈등을 ‘~해라’ 식으로 구체적인 지침만 주죠. “충분한 휴식 시간을 드려라”, “월급은 시세의 70% 이상을 드려라” 등등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묻고 싶어요. 며느리나 딸들이 이런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까요? 아니에요. 익히 잘 알고 있어요. 그냥 그렇게 하기 싫고 주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상담실에서 만난 젊은 엄마들에게 제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라고 물으면 다들 방법을 알고 있었어요.

Q 갈등 해법의 방법까지 안다면, 해법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요?
‘내가 왜 시어머니,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다른 어느 누구보다 혹은 나만큼이나 내 아이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란 것 아닌가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거고요.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와 육아 방식이 다를 거예요. 하지만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딸인, 며느리인 내가 다 옳은 것도 아니고요. 그분이 어떤 행동을 하든 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한다는 그 본질을 잊지 않길 바라요. 프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면 효과적인 케어는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은 엄밀히 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은 아니잖아요. 사랑만큼 좋은 육아 환경은 없어요. 시어머니가 밥을 씹어서 애한테 먹인다고 쳐요. ‘그건 사랑해서 하는 거니 냅둬라’가 아니라, 그것마저도 일단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위라는 본질을 인정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죠. 본질을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과 시비를 가려 내 방식을 관철시키려는 것, 둘은 완전히 달라요.

Q 본질을 인정하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 일단 시어머니든 친정엄마든 도움을 받기로 했다면, 절대 아이를 위해 혹은 어른들을 위해 뭘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엄마 자신을 돌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참으면 분노가 일어나요. 처음부터 엄마 자신을 돌보세요. 나를 돌본다는 것이 뭐든지 내 맘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편하고 주위도 편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자는 것이죠. 집집마다 형편이 다르고 사정이 다르잖아요. 그 안에서 방법을 찾는 거죠. 그리고 요즘 엄마들은 현명해서 그 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어요.

Q 그럼에도 딸과 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 친정엄마들에게 전문가로서 ‘이것만은 조심하라’라고 당부를 해주신다면요?
딸과 며느리에겐 우월감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싶어요. ‘내가 더 똑똑하고 잘났다. 그러니 나를 따르고 내가 생각하는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와라’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내가 더 아이를 사랑하고, 내가 더 똑똑하고, 내가 더 아이에게 잘해줄 수 있는데 어른들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화가 나는 거거든요. 어른들도 나와 똑같이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함께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전제를 해야 해요. 또 어르신들은 성인 자녀를 독립된 어른으로 존중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다 컸어도 내 새끼, 다 널 위해 하는 말이니 내 말 좀 들어라’ 하는 건 사랑이 아니에요. 어르신들은 자기 방식대로만 사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쉬운데요. 사랑은 받는 사람이 기쁘고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빛이 나는 거잖아요. 내 딸을 혹은 내 손주를 아끼는 어머님의 방법이 사실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을 수도 있어요.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이 뭘까, 찾아보세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안지영,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자람가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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