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차 타고 떠나는 특급 낭만 도시 춘천 초가을 여행

휴일엔 가족 여행

(9)기차 타고 떠나는 특급 낭만 도시 춘천 초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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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5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낭만의 아이콘이 된 춘천.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수목원에서 출발해 문학적 감성을 자극하는 김유정 마을에서의 산책, 소양강 처녀상에서 춘천의 소경을 감상하고 아이들과 막국수를 만들어 먹은 뒤애니메이션박물관 체험에 나선다. 여기에 맛있는 춘천표 먹을거리를 더하면 특급 낭만 여행은 더욱 특별해진다.

마음과 몸을 위한 쉼표 여행, 강원도립화목원
초가을, 아직 머리 위의 볕이 뜨겁다. 이럴 땐 시원한 숲 그늘을 찾아드는 것이 최고다. 산들바람 맞으며 수목원을 산책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기분이다. 전국 제1의 산림을 자랑하는 강원도답게 공립수목원이 춘천에 있다. 1999년에 개장해 반비식물원, 암석원, 토피어리원 등 9개의 주제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 위기 식물 20종을 보유하고 있다.

강원도립화목원 분수광장

강원도립화목원 분수광장

화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도장나무’라고도 불리는 20년생 회양목 울타리가 든든하게 지키고 섰다. 특히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만져보는 식물원’은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식물의 촉감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부드러움, 차가움, 매끄러움. 사람의 품성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식물마다 잎의 촉감이 달라서 아이들이 놀라는 눈치다. 분수광장을 지나 반비길에 들어서면 양쪽에 곱게 단장하고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듯한 탐스러운 계절 꽃이 가득하다. 이곳에 유독 화사한 꽃들이 많으니 꼭 챙겨보자.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으로 입장료도 저렴하고 볼거리가 풍성한 데 비해 찾는 사람이 적어 사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면 12m 높이의 식물관 유리전망대에 올라보자. 분수광장을 중심으로 한눈에 펼쳐진 화목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서 권할 만하다.

1 강원도립화목원을 산책하고 있는 가족. 2 공룡 모양으로 제작된 토피어리.

1 강원도립화목원을 산책하고 있는 가족. 2 공룡 모양으로 제작된 토피어리.

문학과 추억을 더듬으며 김유정문학관과 강촌레일바이크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장년층에게 ‘강촌’의 의미는 남다르다. 대학 시절 MT 명소로 젊음을 불태웠던 소중한 기억들이 저마다 있을 터. 여전히 강촌은 젊은이들의 집결지로 사랑받고 있다. 기차 여행, 드라이브 여행, 자전거 여행 등 강촌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강촌의 명물인 레일바이크는 김유정마을과 강촌을 연결해준다. 추억과 문학 여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연인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도 좋아한다. 레일바이크는 경강역, 강촌역, 김유정역 3곳에서 각각 출발한다.

1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상황을 표현한 조각상. 2 김유정문학관 실내 전경. 3 강촌역 주변에는 사륜오토바이와 스쿠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4 신역사가 들어서면서 문을 닫은 옛 김유정역사.

1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상황을 표현한 조각상. 2 김유정문학관 실내 전경. 3 강촌역 주변에는 사륜오토바이와 스쿠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4 신역사가 들어서면서 문을 닫은 옛 김유정역사.

종착역에서 출발역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돼 편리하다.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 김유정역은 국내 최초로 사람 이름을 역명에 사용해서 유명해졌다. 김유정은 「봄봄」, 「동백꽃」으로 유명한 소설가로 김유정역과 문학관이 있는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마을은 그가 쓴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생전에 2명의 여인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변변치 않은 외모와 자신감 없는 말투로 인해 모두 거절당했다. 30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요절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걷기 여행이 인기를 얻으면서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실레이야기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레마을은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예부터 부르던 이름이다. 작가의 고향답게 길마다 소설 속 인물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실레이야기길 들머리는 김유정 문학촌 뒤로 돌아가는 밭길이나 문학촌에서 직진하는 큰길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다. 산속 오솔길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총 거리는 5.2km이며 천천히 걸어도 두세 시간이면 넉넉하다. 산길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산책하는 수준이어서 아이들도 쉬이 걸을 수 있다. 길가에 세워진 16개 구간의 이야기 팻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이란 팻말을 보면 ‘봄에 산수유가 필 때 나무에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꽃’이 떠오르며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따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소설에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라고 묘사돼 있다.
그 동백이 바로 생강나무꽃이었던 것.

뿐만 아니라 숲길의 변화무쌍함 또한 도보 여행의 백미다. 푹신한 카펫을 깔아놓은 듯 오래된 낙엽들이 깔린 길이 있는가 하면 졸졸졸 개울물이 흐르는 아담한 계곡도 있다. 하늘을 보며 쉼을 즐길 수 있는 나무 벤치는 꼭 한 번 누워봐야 할 필수 코스다.

알고 가면 더욱 좋은 춘천의 소경들
춘천의 랜드마크가 무엇일까. 소양강 처녀상을 보지 않고 춘천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처녀 뱃사공의 처연함을 그대로 전하는 ‘소양강 처녀’ 노래를 감상해보자.

1 지중해 풍경을 닮은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 2 공지천 조각공원에 설치된 이길종의 작품 ‘두 여인’. 3 춘천의 상징 소양강 처녀상. 4 공지천은 자전거 라이딩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1 지중해 풍경을 닮은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 2 공지천 조각공원에 설치된 이길종의 작품 ‘두 여인’. 3 춘천의 상징 소양강 처녀상. 4 공지천은 자전거 라이딩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 (중략) /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공지천은 춘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다. 공원 입구에 있는 이디오피아벳 카페는 한국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와 문화 교류의 장으로 1968년에 문을 열었다. 오랜 세월을 넘은 숭고한 문화가 향긋한 커피 향으로 남아 춘천에 낭만을 더한다. 공지천 조각공원에서부터 자전거를 빌려 소양강변을 따라 라이딩을 즐겨보는 것도 낭만 춘천 여행의 매력이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강변둔치에서 호반도시 춘천을 만끽할 수 있다.

춘천 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 중 구봉산 전망대가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아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그중에서도 산토리니의 느낌을 그대로 닮은 카페가 인기다. 밤에는 춘천 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흡사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알뜰살뜰 박물관 체험
춘천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막국수다.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어떨까? 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 가능한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1인당 체험료 4천원을 내면 막국수를 만들어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다. 체험하고 배도 부르고 이보다 경제적인 여행이 또 있을까.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좋아한다. 체험실로 들어가면 메밀가루를 나눠준다. 메밀가루와 정해진 양의 물을 섞어가며 열심히 반죽을 한다. 이렇게 ‘조몰락조몰락’ 해야 반죽이 차지고 면발이 쫀득하다. 아이들이 서로 해보겠다며 신났다. 다 된 반죽을 기계에 넣으면 기다란 면발이 쫙 미끄러져 나온다. 삶은 면발을 얼음물에 넣고 헹구면 1차 준비 끝. 메밀 면 위에 기호에 맞게 양념, 김가루, 김치를 얹어 먹으면 된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에 밥투정하던 아이들도 맛있다며 ‘후루룩후루룩’한다.

1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박물관. 2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상상력 무한지대다.
3 아이들이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국수체험박물관.

1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박물관. 2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상상력 무한지대다. 3 아이들이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국수체험박물관.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의 동심까지 자극하는 곳이다. 애니메이션의 초기 작품부터 3D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개성 넘치는 만화 캐릭터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는 시간이다. 최근에 개장한 로봇체험관은 호기심 천국, 체험로봇, 로봇 아바타, 상상의 로봇 등 다양한 코너가 운영 중이다. 전시물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며 즐길 수 있어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춘천에서 이 정도는 먹어줘야
1 1968년에 개업한 대원당의 생과자. 2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숯불닭갈비. 3 춘천의 맛, 춘천막국수.

1 1968년에 개업한 대원당의 생과자. 2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숯불닭갈비. 3 춘천의 맛, 춘천막국수.

먹을거리 천국 춘천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다. 하지만 춘천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닭갈비 아니겠는가. 넓은 무쇠 판에 닭, 감자, 양배추, 떡, 매콤한 양념을 넣고 익혀 먹은 뒤 밥을 볶아 먹는 것, 춘천닭갈비의 정석이다. 명동 닭갈비 골목에 가면 수십 년 넘게 닭갈비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즐비하다. 최근 닭갈비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무쇠 판에서 숯불구이 판으로 옮겨간 숯불 닭갈비가 바로 그 주인공. 양념장 맛이 강했던 기존의 닭갈비에서 탈피, 양념장을 최소화해 숯불에 구워 먹는 게 포인트다. 각종 채소가 빠져 조금은 아쉽지만 닭갈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마니아가 점점 늘고 있다. 대원당은 1968년 문을 열어 5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빵집이다. 추억의 제빵제과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에 이곳처럼 생과자를 팔고 있는 곳도 흔치 않다.

옛날 카스텔라, 단팥빵, 곰보빵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좋아하지만 복고 바람으로 젊은 층도 많이 찾는다. 여기에 알록달록 화려한 마카롱과 깜찍한 모양의 초콜릿, 정성 들여 구운 케이크가 다채롭게 진열돼 손님을 맞는다.

Tip 춘천 여행 정보
춘천에서 먹을 것 춘천에는 명동 닭갈비 골목 외에도 다섯 군데에 닭갈비 골목이 조성돼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명동이고, 춘천 시민들은 강원대학교 부근 후평동 닭갈비거리를 많이 찾는다. 남춘천역 근방의 일미닭갈비(033-243-1233)에서는 모둠 메뉴를 시키면 춘천 명소 관광 승차권을 준다. 토담숯불닭갈비(033-241-5392)는 숯불로 구워 노랗게 익은 고구마와 간장 숯불닭갈비가 유명하다.

춘천에서 머물 곳 춘천관광호텔(033-257-1900)은 접근성이 좋아 춘천 시내 관광에 나서기 좋다. 온돌에서부터 가족 스위트까지 객실 선택의 폭이 넓다. 펜션은 춘천 시내보다는 강촌 부근에 밀집돼 있다. 노인슈반펜션(070-4238-6882)은 숲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꾸며놓아 아늑한 분위기다. 주변에 강촌, 구곡폭포 등 명소가 가까워 이동 시간이 절약된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의 집으로 나왔던 펜션 더비샵(010-8784-0012)도 인기가 좋다.

여행 문의
강원도립화목원 강원 춘천시 화목원길 24, 033-248-6691, www.gwpa.kr

강촌레일바이크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383 강촌레일파크 김유정역, 033-245-1000, www.railpark.co.kr

김유정문학촌 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길 25 김유정마을, 033-261-4650, www.kimyoujeong.org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북로 264, 033-243-8268, www.makguksumuseum.com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강원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033-245-6470, www.animationmuseum.com

임운석 작가의 코스 제안
● 아이를 위한 체험 코스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강촌레일바이크→명동 닭갈비
● 중년 부부의 감성 충전 코스 김유정문학촌→공지천 이디오피아벳 카페→대원당→소양강 처녀상→명동 닭갈비
● 신혼부부의 데이트 코스 강촌레일바이크→김유정문학촌→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공지천 오리배→명동 닭갈비

[휴일엔 가족 여행] (9)기차 타고 떠나는 특급 낭만 도시 춘천 초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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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임운석은…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으로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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